혹자는 스타가 너무 많은 수익을 가져간다고들 한다. 어린 나이에, 하루 짜리 광고 촬영에, 콘서트 한 번에, 예능 출연 한 번에, 드라마 한 편에, 게다가, 그들이 벌어들이는 한 해 저작권료를 들으면 마시던 술잔도 내려놓고 쓴소리를 내뱉는다.
아니, 쟤네들은 TV(또는 유튜브)에 나와서 한 시간 동안 밥 먹고 술 마시고 떠들어도 천만 원을 벌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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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늘어지는 한탄과 불만을 듣자 하면 과연 저 사람은 시장 경제의 논리는 알고 있는지, 켜켜이 쌓아온 한 개인의 노력, 시간, 에너지에 대해 이해하는지, 한 연예인이 가진 영향력에 대해 생각을 해 본 적은 있는지, 빠반인을 대표하여 물어보고 싶다.
나는 빠반인이다. 즉, 누군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와 콘텐츠에 대해 욕을 한다면 (마음속으로) 욱하고 (웃음 지으며) 반박하겠지만, 덕후들처럼 치밀하게 분노하여 조직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내 스타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내가 사랑하는 제품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고 만들어지고 생겨나는 데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의 깊이를 알기에, 그들이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의 짙기를 이해하기에, 그리고 절정의 예술적인 혹은 상업적인 행위에 담긴 진심의 향내를 맡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변호해주고 싶다.
빠반인이 스타를 좋아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물론, ‘이유 없이 끌렸다가’ 후에 이유가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튼 적어도 나와 와이프는 아이돌이든 캐릭터든 콘텐츠든, 어떤 사람이나 물건에 끌리게 될 때 주로 그것이 가지는 완성도 높은 미학에 집중한다. 미학? 미학이라니. 무슨 허세스럽고 가식 같은 소리냐 싶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미학은 어떤 심오하고 추상적인 상념의 해소를 추구하는 철학적인 시각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는 말 그대로 수준 높은 리듬감으로 안무와 곡이 하나가 되어 박자를 쪼갰다가도 물 흐르듯이 멜로디에 몸을 담가버리면서도 직간접적인 가사표현까지 해내버리는 완성도 높은 댄싱, 작곡가의 의도에 따라 좌우가 잘 조율된 음향 밸런스에 매혹적인 목소리가 가미된 멜로디컬 한 노래, 개성과 멋 그리고 흥이 넘치는 무대 매너와 같은 다년간의 노력이 한눈에 보이는 스킬과 매번 달라지는 컨셉에 대한 천재적인 소화력 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쩌면 과거의 사람들이 오페라의 클라이맥스에서, 오케스트라의 기가 막힌 변주에서 완성도 높은 미학의 절정을 만끽했다면 오늘날에는 대중 가수들의 노래와 춤에서 이를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런 절정의 짜릿함과 만족감을 스트리밍, 음방 무대, 뮤직비디오에서 무료로, 그것도 자주 느낄 수 있다니 정말 빠반인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다. (^_^)
위의 설명을 현실의 예로 들자면 다음과 같다.
샤이니의 태민이 지금처럼 넘사벽의 댄스 실력을 갖추게 된 건 이미 톱아이돌이었음에도 밤낮 없는 피나는 노력의 시간이 쌓인 덕분이었고, 국힙원탑으로 불리는 지금의 아이유가 있을 수 있었던 건 발라드에서 댄스로, 댄스에서 듀엣으로 꾸준히 여러 방향성을 찾으며 무명에서부터 인지도를 쌓아온 시간과 노력 덕분이었으며, 끈기와 인내의 아이콘인 BTS는 끈끈하다 못해 끈적한 그들의 팀워크, 그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섞인 노고의 시간을 SNS를 통해 여과 없이 보여주며 공감을 얻어냈기에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수천 만의 팬덤을 만든 스타들의 이런 절정의 실력과 매력은 결국 시간과 노력의 산물이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스타들이 노력한 만큼 무대 위의 무브와 라이브 가창의 떨림에서 우리는 그들의 진심을 느끼고 이를 준비한 절대적인 시간에 녹아있는 간절함을 느끼며 그들이 선사해 준 새로운 활력과 감성에 동기부여된 값을 지불할 뿐이다.
현대의 아이돌 산업은 타고난 재능, 노력, 자본, 팬들의 사랑이 한데 뭉쳐 나오는 현대의 종합 예술이다. 그들의 영향력과 이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도 엄청나다. 스타들만 콘텐츠를 만드는 게 아니라 팬들도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 군무, 개성과 끼, 개별적인 아름다움으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무대 (TV, 유튜브 등)
• 뛰어난 영상미, 완전히 새로운 컨셉, 곳곳에 숨겨진 상징성과 의미 그리고 너무도 당연한 최애의 미모를 독점할 수 있는 뮤직 비디오
• 안정적인 밸런스의 음향, 뛰어난 곡 구성, 개성과 감성이 넘치는 가사, 중독성 혹은 멜로디가 넘치는 음원
• 유니크한 포스터, 랜덤으로 나오는 포카 그리고 이제는 구성품에 지나지 않음에도 없으면 서운한 CD까지 품은 음반
• 그리고 이 모든 것은 200%의 현장감으로 체험하고 팬들에 대한 그들의 열정, 사랑, 감사, 기대, 열망을 온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콘서트까지!!!
여기에, 팬들이 찍은 사진, 영상, 리액션 영상, 자작 뮤비, 블로그 글 등등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양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스타들은 왜 그렇게 높은 수입을 올릴까에 대해 아직도 궁금하다면 일반적인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이들의 영향력을 한번 금전적으로 환산해 보자.
개인이 직장인이 되면 연봉을 받는다. 직장인의 연봉은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제아무리 오랜 경력을 가지더라도 수천만 원에서 1~2억 원 내외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모두 다 알고 있듯이 연봉은 경력, 능력, 나이 등으로 결정된다. 그중에서도 능력이 가장 중요한데, 여기서 능력은 매출에 대한 직간접적인 기여도를 의미한다. 즉, 매출이 연봉을 결정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연봉 차이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우선, 대기업은 한 직원이 ‘거대한 매출’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구조다. 매출이 높아지면 연봉+보너스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기본급이 높을 수밖에 없다. ‘높은 매출에 기여하니까.’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은 ‘적은 매출’에 기여하는 구조다. 따라서 기본 연봉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신규 매출을 만들거나 높은 매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직원이 있다면 그의 연봉은 높아질 것이다. 물론, 모든 상황은 상대적이겠지만.
즉, 직원인 내가 ‘매출’에 기여하는 정도가 ‘사회 속에서의 영향력’이다. 영향력, 뭔가 이제 마음속에 수긍의 뿌리가 조금씩 자리잡지 않나.
스타들의 몸값이 비싼 이유. 단순하다. 그들은 많은 매출을 일으키고 계약서의 비율에 따라 소속사로부터 정산을 받아간다. 그리고 그 정산액은 월마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십수억에 달할 수 있다. 이는 해당 스타가 회사의 매출에 기여한 만큼 받아가는 것이니 당연하다.
따라서, 스타들의 높은 몸값에는 그들이 포기한 일상의 자유로움과 사생활의 제한을 기반으로 한 전 국민, 전 세계에 끼친 영향력에 대한 비용이 녹아있다.
그들의 이름, 얼굴, 생활을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한 값, 그들이 부른 노래, 찍은 광고, 유튜브, 연기한 드라마, 영화 등의 스트리밍 수, 조회 수, 시청률 등을 통한 영향력(기대 매출 규모)을 생각해 보면 이들에게 큰돈을 투자한 기업들이 이해 가고 이를 통해 얻어가는 매출액의 규모와 그것이 끼치는 경제적인 효과에 대해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당신을 광고 모델로 쓰면 9명에게 노출되고 물건은 하나 정도 팔릴까 말까 한 반면, 아이돌 스타를 광고 모델로 쓰면 전 세계 9천만 명에게 노출되고 영향을 끼쳐,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모델 하나로 수백억~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데 수억의 광고료를 쓰는 게 과연 가치가 없을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제 우리는 스타,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세계관과 그들 사이의 케미, 개개인별 사연 그리고 이를 통한 스타와 팬, 팬과 팬 간의 유대감을 통해 일상 속에 쌓인 감정을 해소하고 그들이 보여주는 감성을 구매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는 굳이 덕후가 아니어도 알 수 있고 빠반인, 아니 일반이어도 느낄 수 있다.
이런 감성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위로와 휴식 그리고 새로운 힘을 얻어 ‘내 삶’을 살게 만드는 동기부여다. 즉, 내가 더 잘 살기 위해서 스타도 꾸준히 잘 되길 바란다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지난번에 말한 스미스 형님의 보이지 않는 손의 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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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의 앨범, 뮤직비디오, 영상 콘텐츠를 보고 느끼며 그것이 내게 전달한 감정과 이를 통해 내 안에 생겨난 감성 그리고 그 덕분에 늘어난 활력까지. 덕후와 빠반인은 여기에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그리고 둘의 차이가 있다면 투자금액과 활동 반경의 절대적인 차이, 딱 그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즉, 이런 감성을 구매하느냐 마느냐, 또, 얼마나 많이 구매하고 이를 즐기느냐에 따라 개개인에 대한 호칭이 달라질 뿐. 나는, 우리는 빠반인으로써 아주 오래도록 이들과 교감하며 살아가고 싶다.
[이미지 출처]
https://breaknews.com/sub_read.html?uid=213621§ion=sc4
https://blog.naver.com/dkgo1993/222093788733
https://jjalbang.today/jjalbangMake/11934
출처 소멸로 인한 2차 제작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