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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Apr 19. 2018

짤툰작가, 유수민님

그의 짤툰을 못 본 사람은 있어도 1화만 본 사람은 없다

처음엔 인스타 팔로워 수를 늘리기위해 DC에서 연재하던 짤툰에 제 인스타 ID를 올렸어요. 그저 팔로워 수를 늘리고 싶었죠.(웃음) 하지만 인스타에서 큰 반응은 없었고 DC에서는 그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이한 수준이었던것 같아요.
-짤툰작가, 유수민님과의 인터뷰 중



드디어 만났다.


언젠가 한 번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현재 페이스북, 네이버 뿜에서 가장 핫한 웹투니스트인 짤툰 작가 유수민님을 그의 직장 근처에서(야근을 하는 중임에도 불러내)만났다. 그의 짤툰 캐릭터들을 생각하며 과연 작가님은 어떤 분일까 궁금해하며 그를 기다리는데.. 아니, 그런데 그의 짤툰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카페로 들어오는게 아닌가? 훤칠한 키에 아이돌스러운 외모까지. 짤툰 작가는 그의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짤툰 작가는 사과해야한다. 짤툰만을 보며 작가가 그의 그림체와 비슷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든 팬들에게.


그의 직장 근처에서 짤툰 작가를 만났다. 사진 속 모습도 훈훈하지만 실물은 더욱 그렇다..!(아마도 팬카페가 생기지 않을까?)


아직도 그의 짤툰을 처음 봤을때의 통쾌함이 잊혀지지않는다. 십원짜리 욕은 물론이고 급변하는 상황 전개에 당황스러워하는 캐릭터들의 파격적인 묘사 그리고 부자지간, 모자지간, 친구사이, 애완동물과 주인 사이 등에서 흔히 우리가 기대하는 예절, 매너, 객관적인 기대치를 깨부수는 언행과 그 언행에 일치하는 에피소드들의 전개, 거기에 '짤툰'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어이없게도 웃긴 짤'로 마무리되는 그의 만화를 보고 있자면 처음엔,


'어, 이거 뭐야? 그림체가 왜이래? 상황전개는 또 뭐지(ㅂㅅ같지만 웃긴데?), 욕이 너무 많아 추천하기엔 불편(하지만 추천하게되고), 각각의 짤에 맞춘 에피소드들은 또 왜이렇게 신선해?'


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와 함께 곧바로 다음화 또 다음화를 보게만드는 마력이 숨어있다.


짤툰의 매력에 대해서는 '욕과 카타르시스'라는 글에 따로 언급할 예정이긴 하지만 보통의 선량하고 평범하며 스스로 모범이 되고자하며 타인의 눈에 바른 이미지로 각인되길 원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보기엔 좀 불편한 정도로 많은 욕이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초등학생 자녀들의 부모라면 혼자 몰래 짤툰을 보며 깔깔댈 순 있을 지언정 아이들에게는 보여줄 용기도 없고 오히려 학부모 모임에서는 이 만화에 대해 보이콧을 하자고 할 정도로 짤툰에서의 '욕'은 일상언어다.


겉만 보고 그의 만화를 판단하지 않길 바란다. 나 역시 처음엔 그를 오해할 뻔 했지만 그는 자신의 만화에 철학을 가지고 있다.(출처: 짤툰 갤러리 메인)


하지만 모든 콘텐츠에 각자 존재의 이유가 있듯 그의 짤툰은 굳이 말하자면 '필요악'으로서 존재하며 반드시 존재해야한다고 말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평소 욕을 하지않는 나를 포함해 일상, 직장, 가정, 삶 등에 떠밀려, 압박받으며 살아가는, 스트레스와 화를 풀 곳 없는(욕을 할 곳이 없는) 현대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대리욕설을 통해 개개인의 꽉 막힌 가슴을 단 번에 뚫어줄 콘텐츠는 그리 흔하지 않다.(그리고 그 경계선은 언제나 모호하다.)


그런데 짤툰이 그 어려운걸 해내고 있다.


그래서 그와 만나며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 동안 궁금한 걸 모두 물어보았다. 평소 짤툰 작가에 대해 궁금했던 분들이라면 이번 인터뷰를 즐겁게 보시길 바란다. 왜냐하면 개인적인 만남이었지만 그에겐 짤툰 작가로서 처음 실시한 인터뷰였으며 공식적인 사인도 처음으로 해봤다고 했기 때문이다.(흐뭇)


그럼 지금부터 짤툰 작가 유수민님의 인터뷰를 시작하겠다.


인터뷰 시작


이름: 유수민(짤툰작가)

나이: 2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중

목표: 짤툰을 중심으로 더 다양한 콘텐츠와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것

사는 곳: 의정부시


1) 처음부터 짤툰만을 그렸나요? 아님, 예전에 하시던 일이 따로 있나요?


처음엔 아리랑TV에서 조연출로 근무를 했었어요. 짤툰은 그냥 취미로 그리면서 DC 카연(카툰연재)에서 연재를 하고 있었는데 지금 현 직장에서 제 짤툰을 보시고 연락이 왔고 덕분에 이제 월급을 받으면서 짤툰도 그리고 광고대행사 업무도 하고 있죠.


2) 그럼 지금 재직중이신거군요? 혹시 어떤 회사 인가요?


네, 역삼동에 위치한 젊은 스타트업 광고대행사 입니다. 광고관련 업무들이 대부분이긴한데 요즘엔 짤툰을 활용해서 콘텐츠 사업 등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중이예요.


그도 직장인이다. 짤툰이 메인 업무지만 그 역시 현대 직장인들의 노고를 공감하며 짤툰에도 녹여내고 있다. 몇몇 그의 에피소드를 보면 직장상사에 대한 그런 그의 감정을 잘 알 수..


3) 직장생활을 하면서 연재를 하시는 것도 놀랐었는데 짤툰을 통해 회사의 큰 프로젝트로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니 놀랍네요. 그런데 짤툰은 도대체 어떻게 시작하시게 됐나요? 훤칠한 외모와 예의바른 태도, 매너 등등 작가님의 실제 이미지와 짤툰에서의 이미지가 전혀 매치가 안되거든요.


저도 처음엔 그냥 재미로 시작했었어요. 이렇게 이슈가 되기도 하고 비즈니스적인 측면으로 바라보며 발전을 시킬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었구요. 물론, 저도 짤툰의 그림체나 아이디어 등 짤툰을 시작하게끔 영감을 받은 작가는 있어요. '잉위'라는 작가인데 DC카툰연재갤러리에서 소위 '병맛코드'로 불리는 만화로 아주 유명한 작가거든요. 그리고 DC에서 연재중인 여러 만화들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죠.


4) 그렇군요. 모든 작가들이 그렇듯이 훌륭한 작품은 여러 훌륭한 작품들에게서 받은 영감으로 인해 탄생하는 경우가 많으니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럼 DC에서 연재를 하신게 첫 활동이구요?


네, 재미로 짤툰을 시작했는데 사실은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를 어떻게 늘릴까 고민하다 제 짤툰에 인스타ID을 함께 올리면 인스타 팔로워도 더 늘어나지 않을까하면서 DC에서 연재를 할 때 에피소드마다 제 인스타 ID도 넣기 시작했어요.(웃음) 물론, 그땐 팔로워수를 늘린다는 목적에 의한 콘텐츠였기에 지금처럼 그렇게 좋은 반응을 얻진 못했죠. DC의 카툰연재갤러리에서의 초기 반응은 그냥 나쁘지않은 정도 였어요. DC에는 B급 코드, 비주류의 매니아적인 작품들이 워낙많아서 제 짤툰은 그렇게 튀는 작품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참,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히 DC의 각 갤러러에서 핫한 작품들만 올라오는 핫갤(핫갤러리)에 제 짤툰이 한 번 올라간적이 있어요. 아마도 담당자가 그 때 제 에피소드가 마음에 들었었나봐요. 그런데 기쁨도 잠시..

'이게 무슨 만화냐, 왜 이렇게 재미없냐, 억지 만화냐' 등등 수 많은 악플에 시달리며 좀 상처를 받았죠. 아까 말했듯이 DC에는 이미 파격적이게 재밌는 만화들이(약간은 비주류이긴 하지만) 많거든요. 그래서 몇 달간 연재를 접고 그림을 안 그리기도 했어요.


5) 아.. 그렇군요. 역시, 훌륭한 작품이 나오는데는 그런 진통과 산통의 시기가 있게 마련이죠. 그럼, 그 다음엔 어떻게 됐나요?


그래서 조금 우울해하며 시가을 보내던 중 제 후배를 만났어요. 그런데 그 후배가 '형, 형 만화는 페이스북에 어울릴것 같아. 페북에서 연재해보는게 어때?' 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당장 페이스북을 오픈하고 짤툰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곧 반응이 오더군요. 하하.

짤툰의 페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jjaltoon/

짤툰 갤러리: http://jjaltoon.gallery


인스타에서는 우울했지만 페북에서는 웃었다. 그의 페북 팔로워는 벌써 25만명에 육박한다.(출처: 짤툰 페이스북 페이지)


6) 아, 그렇게 페북에서도 연재하고 회사로 들어간뒤엔 짤툰 갤러리도 만들어서 연재하면서 네이버 뿜에도(몇몇 유저분들이 올려주시는 등) 자연스럽게 노출 되면서 유명해지신거군요?


네, 아직 제가 뭐 유명해졌다거나 하는건 잘 못느끼겠어요(웃음) 그리고 아직은 메이저 포털이나 웹툰 플랫폼에서 당장 콘텐츠 관련 파트너십을 맺거나 연재를 하자는 연락이 온 건 없어요. 최근 광고 목적으로 들어온 건들은 있어서 소소하게 진행했답니다.


7) 작가님은 아직 못느끼실 수도 있지만 작가님이 네이버 뿜에서 굉장히 유명하다는 건 아세요? 최근 몇 개월 동안 짤툰이 엄청 올라왔었고 저를 포함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짤툰을 즐겨봤는데요. 어느 날 부터인데 짤툰이 안보이더라구요. 그래서 단순하게 연재를 잠깐 안하시나(혹은 네이버에서 제재를 가했나?)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네, 맞아요.. 최근에 뿜에서 제 모든 게시물들이 신고처리로 볼 수 없게되었더라구요. 물론, 생각이 짧았던 저의 판단이 가져온 결과이기도 하구요.. 아무튼 제가 맞은 첫 공식적인 위기(항의)였죠.(숙연) 사실, 그 이후로 짤툰을 그릴때 직접적이든 아주 간접적이든 특정 인물, 단체, 커뮤니티와의 연관성을 염두에 두며 조심해서 그리게 됐어요.


8) 혹시 제가 아는 그 내용인가요? 현재 가장 핫한 아이돌 그룹과 관련된 추측성 기사들로 잠시동안 이슈가 되었던건 그 사건 말이죠?


네, 사실, 그 사건과 제 에피소드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건 아니었어요. 전, 그 사건에 대해서도 잘 몰랐는데 어느 날 부터 관련 기사들이 많이 나와서 기사 및 댓글들을 보면서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정도였죠. 저는 제 짤툰을 통해 결코 특정 그룹을 겨냥하거나, 풍자하거나, 희화화할 의도는 없었어요. 당시, 전 짤툰 에피소드 아이디어를 짜는 중이었고 에피소드에 나오는 식당의 이름을 뭘로 할까 고민하던 중 그 이슈와 관련된 추측성 기사, 댓글이 눈에 들어왔고 이런 류의 기사가 회자되는 중이라 그냥 식당이름을 그걸로 쓴거 였어요.(보통 대부분의 웹툰 작가들이 주류, 비주류의 이슈 및 기사들 및 유행하는 언어, 단어 등을 자신의 웹툰에 넣는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 하지만 제 생각이 너무 짧았죠. 이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되서 네이버 뿜에서의 제 짤툰들이 모두 신고당할거란건 전혀 생각못했었어요. 특정 그룹을 희화화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싶고 짧았던 제 생각과 행동을 반성하며 이제는 되도록이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차용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짤툰의 한 에피소드로 인해 그의 포스팅들이 대규모로 신고를 당하며 사라지자 뿜의 한 유저가 이에 대한 의문제기 및 뿜의 신고 시스템과 후속 관리에 대한 질타성 포스팅을 올렸다.


9) 그런 일이있었군요. 전 그것도 모르고 네이버가 짤툰 작가님의 짤툰들을 차단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또 어떤 네이버 뿜 유저는 작가님의 이런 상황을 대변하며 네이버 뿜 시스템(특정인의 신고 또는 콘텐츠 신고 후 처리 방안 등)에 대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었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짤툰 작가님의 짤툰, 웹툰 등을 볼테니 민감한 이슈, 특정인, 소수그룹이 지칭되거나 불편해질 수 있는 내용 등은 아무래도 감안하면서 그리셔야 할 것 같네요. 하지만 짤툰 특유의 언어와 분위기, 색깔은 꼭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건 수 많은 짤툰의 팬들이 원하는 것이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아무튼 앞으로는  더욱 주의하면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10) 참, 갑작스러운 다른 질문인데요.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짤툰의 수 많은 에피소드 아이디어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건가요?


그냥 특정 짤을 보고 그에 걸맞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서 그림을 그리는 건데요. 에피소드에 대한 아이디어는 따로 얻는 곳은 없고 그냥 상상을 한답니다. 상상을 해서 에피소드들을 짜내다보니 요즘은 머리가 많이 아파요.(눈물)


11) 오, 그렇군요. 그럼 혹시 전공이?


국문과입니다.


아, 전 영문과랍니다. 잘 알겠습니다.


12) 그럼 아직까지는 회사차원에서 짤툰 그리고 현재 짤툰의 캐릭터들로 연재중인 짐승친구들 외에 이들을 활용한 외부와의 프로젝트는 아예 없나요?


최근, 한 대형 게임개발사에서 추진중인 웹툰 플랫폼에서 연락이와서 연재 관련해서 논의 중이긴 합니다. 하지만 아직 논의 단계라 알려드리긴 조심스럽네요.


곧 이모티콘도 나올듯 한 짤툰의 캐릭터들. 여기서 '뭘 봐'를 외치고 있는 회색 고양이는 캐릭터 이름 공모를 통해 현재 '땅땅이'라는 이름으로 맹활약 중이다.


13) 페이스북에서 보니 이모티콘도 나오는 것 같던데요? 캐릭터 상품성도 있어보여요. 수 많은 등장인물 및 짐승 친구들(특히, 꼬마 고양이인 땅땅이와 시바견 등등)이 인기가 아주 많더라구요. 캐릭터 상품화 계획이 있나요?


네, 카톡 이모티콘은 신청중이구요. 캐릭터 상품화에 대해선 아직 논의된 바는 없지만 참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4)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미래 계획이나 짤툰의 미래 방향성은 어떻게 될까요?


일단은 계속해서 열심히(조심하면서) 짤툰과 짐승친구들을 연재할거구요. 그와 관련된 연계 사업들도 생각해볼거고, 참, 짤툰 및 그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도 생각중이긴 합니다. 이 역시,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일단 저와 회사가 꾸는 큰 꿈 중 하나입니다.(웃음)


인터뷰 종료.

그의 만화는 항상 예상이나 기대를 뛰어넘거나 파괴시켜버린다. 그런데 그게 참.. 즐겁다!(출처: 짤툰 갤러리)


짤툰, 짤툰 작가 그리고 대한민국 B급 문화(비주류 콘텐츠)가 나아갈 길


마지막으로 그의 명함을 받기위해 그의 사무실까지 같이 가서 결국 명함을 받고 그는 다시 야근을 하러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서서히 성장중인 그의 만화와 회사를 보며 언젠가는 유쾌하고 풍자적인 캐릭터와 만화로 마치 심슨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캐릭터와 플랫폼으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그가 짤툰을 그린지 이제 1년 몇 개월이 조금 지났다고 한다. 아직은 미숙하기에 실수가 있고 건너야 할 산과 강도 수 십 개는 더 있을테다. 그의 만화 속 언행과 상식에서는 조금 벗어난 상황설정과 전개 등이 불편한 사람도 있다. 이는 장르의 문제이고 콘텐츠의 색의 문제이기에 딱히 그의 문제라고 하기 어렵지만 이런 소수의 의견들을 무시할 수 만도 없을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그의 만화와 캐릭터들은 '그냥 그런 과장되고, 때론 무례하며, 때론 안이한 존재'들이다. 그들의 역할이 궁금한가?


보통 사람들이 인정하는 문학작품, A급 미술 작품, 1등들의 이야기는 소위 우리가 말하는 '주류'들이며 선망의 대상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주류 문화를 소비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1등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콘텐츠가 주류 콘텐츠 또는 1등 작품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 그런데 이런 비주류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경제적인 고민과 자신의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항상 마음 속에 좌절, 억울함, 분함, 화, 억누름이 가득차 있는 사람들이 많다. 또 대부분 그들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든 아니든 그런 화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살아간다.


사람들은 소위 베스트 셀링 서적, 미술관, 전시회, 인기있는 TV쇼 등으로 불리는 콘텐츠들에서 감동이나 재미, 위로는 느끼지만, 이런 주류 콘텐츠들은 짜릿한 후련함이나 갈증의 해소, 통쾌함 등으로 여겨지는 감정의 카타르시스로는 잘 연결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가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과의 자기 동일 시를 통해 현실에서 이루기 힘든 황홀한 사랑이나 만남을 대리로 느끼며 만족하듯이 때로는 비주류 문학이나 콘텐츠를 통해 자신 안에 쌓인 분노와 화를 해소할 창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우리에겐 오랜 기간 동안 억눌린 감정을 풀어낼 감정의 화장실이나 소각장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소위, B급 문화로 불리는 비주류 콘텐츠들이 아주 오랫동안, 아주 조용히 그 역할을 제대로 해왔다는 말이다.


앞으로 우리는 그들이 더욱 필요하다.
수위는 저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어느 새 B급 정서 혹은 조금은 특이하게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고 웃겨주는 콘텐츠에 이미 익숙해져있다.(출처: 네이버웹툰 및 짤툰 홈페이지 이미지)


짤툰을 비롯해 이런 역할을 하는 웹툰 작가는 꽤나 많다. 그 정도와 수위가 서로 달라 초등학생이 보기에도 좋은 '마음의 소리(조석작가)'나 '대학일기(자까작가)'가 있는 반면, 어느 정도까지 구독자 선을 정해야할지 지금은 좀 애매한 '이말년씨리즈(이말년작가)'가 있고 성인들, 그 중에서도 약간은 당황스럽고 황당하지만 엄청난 재미를 즐기는 성인들(일부 학생들)을 위한 짤툰(짤툰작가) 등 매우 다양하다.


'병맛 코드'는 이름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마음에 적체된 감정의 응어리들을 풀어주거나 달래주는 역할을 한다. 현실의 '나'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견디기 어려워 병맛 콘텐츠 속의 주인공처럼 바보같은 행동이나 어이없는 말을 내뱉기가 쉽지않지만 병맛 코드 콘텐츠는 어김없이 또 여과없이 그 역할을 대신 해준다. 그리고 나는 그런 정제되지 않은, 말도 안되지만 미친듯이 웃긴 콘텐츠를 통해 아무 생각없이 폭소를 터트리며 그 누구의 질타를 받을 필요없이 '내 안의 병맛 본능'을 일깨우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 속의 응어리들을 조금씩 희석시키며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B급 콘텐츠는 사실, 비주류들에 의한, 비주류들을 위한 그들만의 세상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풀지못한체 묵히고 썩히고 있는 감정들이 있게 마련인데 B급 콘텐츠 자신이 감히 현실 속에서는 하지 못하는 바보같은 행동, 과감하고 과격한 행동들을 대신 해주며 나를 깨어나게 만들고 속이 후련하게 만들어주는 '심리 감별사' 이자 '심리 치료사'인 것이다.


사인이 처음이라는 짤툰 작가. 즉석에서 만들어낸 사인이지만 유쾌하고 밝은 그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바로 이 점이 짤툰 작가를 비롯하여 여러 병맛 코드, B급 정서, 엉뚱하지만 유쾌한 에너지를 가진 작가님들과 작품들이 지향해야 할 지점이다. 그리고 그들도 그런 자긍심을 가지고 더 즐겁게 더 생기발랄한 에피소드들로 우리를 웃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역사 속 여느 시대가 그랬듯, 이 시대에도 상처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에 비해 인구의 수는 폭발적으로 더 늘었으니 인류 역사상 마음의 상처가 가장 많은 시대라고 해도 될 것 같다. B급 콘텐츠는 그런 우리를 위해 대신 세상에 소리지르고, 욕해주고, 복수해주는 아주 합리적인 창구다. 개인적으로 바라건대 우리의 B급 콘텐츠들이 앞으로 쭉 그런 역할을 해주는 대리인이자 플랫폼으로서 삶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계속해서 정화시켜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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