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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십오에서이십육 Oct 24. 2021

시간이 걸리는 것들이 있다

억지로 앞서가려 애쓰지 말자

2021.10.22.


수술    하고도 일주일, 이제는 몸이 조금씩 원래로 돌아오고 있다고 느낀다. 약속이 취소되어 심심한 금요일, 이제는 그럴 준비가 됐다고 생각해 스스로 정한 금주령을 스스로 깨고 좋아하는 혼술 아지트를 찾았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공간에서 술을 마실 생각에 퇴근길이 설렜다. 마감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밖에 안 남아서 뭐 마실 시간은 될까? 걱정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잔에 담긴 위스키 냄새를 맡자마자 괜한 걱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맵다 매워. 헥헥.

혼술하러 온 직장인답게 술을 잘 아는 척, 잘 하는 척 의연한 척 기침을 삼키고 넘겼지만, 암 수술 후 처음으로 마시는 술을 위스키, 그것도 스트레이트로 마실 생각을 한 내 객기에 열이 훅 올라온다. 이 한 잔도 다 마시기 어려울 것 같다.


생각해보니 웃기다. 수술 후 나는 아직 목소리도 잘 안 나와서 주문도 어려웠고, 술잔 옆에 나란히 놓인 물조차 긴장하지 않고서는 못 마신다. 깡 생수도 세 번 마시면 한 번은 사레들려서 목마름을 참는데, 23도짜리 술을 깡으로 들이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니. 회사를 가고 야근을 하는 일상으로 돌아오니 다른 모든 것들도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착각한 것 같다. 아니면 그러길 간절히 바랐던 것 같다.


하지만 아니다. 마음은 앞서가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덮어두고 지나가기엔 아직은 아닌 것들이 있다.

Things take time. 남은 술은 물을 왕창 타서 어찌어찌 다 마셨지만 전처럼 이게 내게 휴식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거다. 다른 일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다면, 제 속도에 맞춰 제자리를 찾아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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