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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미 Dec 21. 2021

환상 속의 군산, 환상의 동네서점

군산 <한길문고>, 책 <환상의 동네서점> 이야기

2016.12.19

작가 카드에 쓰인 날짜는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날이었다. 

오늘이 2021년 12월 20일이니 브런치 작가가 된 지 딱 만 오 년이 되었다. 2016년 당시 나는 대만에 거주하고 있었고, 페이스북에 들어가 지인들의 일상을 보며 한국에 돌아갈 날을 기다리기도 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읽다 보니 몇몇 페친들은 ‘브런치’라는 곳에 글을 써 링크를 걸어놓았다. 나는 그때 브런치가 뭔지 조금은 알게 됐던 것도 같다.


그 후,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글을 몇 편 썼고, 다른 작가의 글을 읽고 ‘좋아요’로 반응하고 하트를 눌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클릭을 멈추지 않았다(실제로 내가 읽은 글들은 모두 좋았다). 여기까지는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브런치에는 ‘구독자’라는 분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헷갈렸다. 내가 다른 사람을 구독하면 그분도 나를 자동으로 구독하나(어림없는 소리), 구독해 달라고 누구한테 부탁해야 하나(실제로 그렇게 했다), 라며 대만의 습기 가득한 방구석에서 휴대폰을 한참 동안 들여다 봤던 기억이 있다.


배지영님,

내가 구독자 모집(?) 방법을 몰라 헤매고 있을 무렵, 나의 첫 브런치 구독자가 되어 주신 분이다. 배지영 작가님은 당시 군산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쓴 <우리, 독립청춘>으로 브런치 작가 대상을 받았고, 그 밖에도 군산 곳곳의 이야기를 브런치에 담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군산을 잘 몰랐다. 나는 서울 촌사람이기도 했고, 군산은 고등학교 한국지리 시간 이외에 내가 애써 알아본 지역은 아니었다. 나와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군산, 그녀의 글을 읽으며 나는 이미 그곳에 가 있었다.




지금까지 군산에 딱 두 번 가 봤다. 두 번 모두 번개여행이었다. 2018년 대만보다 더 더운 한국, 서울이 서프리카로 불리던 폭염이 내리쬐던 여름 날, 우리 가족은 군산으로 향했다. 한국에서의 짧은 일정 중 가보고 싶은 곳을 군산으로 정했고, 당시 입시 준비로 바빴던 아이를 데리고, 남편은 긴 시간 운전을 하게 하고 군산으로 내려갔다. 배지영 작가님의 브런치에 소개된 장소를 하나하나 가 보았다. 당시 첫 인상은 군산은 대만의 타이난과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타이난은 옛 대만의 수도였고, 일제시대 건물들이 남아 있으며(실제 일제시대에 지어진 백화점이 그대로 남아 운영되고 있었다), 역사적인 장소가 곳곳에 있어 현대적인 장소와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군산도 내게 그런 인상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친절하고, 밝고, 부드러웠다. 그들은 걸음을 재촉하지도, 나를 앞서 가려 하지도 않았다. 


군산에서 방문한 섬, 장자도. 그곳에 있는 이 나무의 환상적인 자태에 매료되었다.


짧은 여행을 마칠 무렵 배지영 작가님께 연락했다. 그리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작가님이 알려준 군산을 잘 돌아보고 간다고.


 이후 나는 대만으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열심히 브런치 글을 썼고, 또 여러 작가들의 글을 읽었다. 배지영 작가님은 또 한 번 군산 이야기를 썼다. 이번에는 군산에 있는 서점 이야기였다.

 환상의 동네서점

 나는 그녀의 브런치에서 이 글을 하나 하나 읽었다. 읽고 쓰는 일에 매료된 시민들, 작가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아이들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언젠가 저 서점에 가보리라, 마음 속으로 한국을, 군산을 그리워했다.


 2019년 여름, 한국으로 완전히 귀국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브런치를 했고(사실 일 년은 좀 쉬었고^^;;) 브런치에 쓴 글을 묶어 책을 냈다.

 내가 그토록 들러보고 싶어했던 군산에, 그리고 한길문고에 내가 아닌 내 책이 먼저 도착했다. 

배지영 작가님이 이 기쁜 소식을 알려주었고, 나도 내 책을 따라 한길문고에 갈 날을 또 기다렸다. 그리고 진짜 갔다. 이번에도 번개 여행이었다.



 시작은 송도행이었다. 

 인천 송도에 일이 있어 남편과 함께 그곳에서 일박을 했다. 송도에 사는 지인에게 연락해 송도에서 꼭 가볼만한 곳을 알려달라고 했다. 센트럴파크를 비롯해 그녀가 알려준 곳 모두 한파를 뚫고 가 보았다. 문득, 그녀가 얼마 전 군산 여행을 갔다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결국 나는 인천 사람이 알려준 군산 지역 정보를 얻어 남편과 군산으로 향했다. 


 2018년에는 폭염이 왔고, 2021년 겨울에는 첫 폭설이 내렸다. 새 다리가 놓여 가기 편해졌다는 섬은 가기 편하지만은 않았다. 다리에서 보는 바다 경치가 일품이라고 했는데 눈보라가 치고 하늘이 회색빛이라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짧은 섬 여행을 마치고 육지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환상의 동네서점, 한길문고로 향했다.


 (8-9쪽) 서점에 앉아 있었더니 바로 할 일이 생겼다. 하루에 한 번만 여객선을 운행하니까 군산에 나오면 다음 날 돌아가야 하는 어청도 분교 아이들이 한길문고로 왔다. 도시 외곽의 초등학교 아이들도 서점 구경을 왔다. 한길문고에 오면 재미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크리스마스에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를 열었더니 아이들과 어른들은 1시간 동안 엉덩이를 안 떼고 책 읽을 사건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했다.  (중략)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억누르며 사는 사람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에세이 쓰기를 열었다. 직장일과 육아 때문에 꾸준히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1년 넘게 모여서 글을 쓴 사람들은 세상으로 자기 이야기를 보냈다. 


이 대목에서 이미 한길문고는 환상의 동네서점이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길문고는 문학거점서점으로 선정되어 책과 관련된 위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서점을 이용하는 분들을 비롯해 전국의 아니 전 세계의 독자들을 ‘거점’으로 모으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상주작가인 배지영 작가가 있었다. 


 행사를 야심차게 열어도 참가해 줄 이가 없으면 그것은 무용지물이 된다. 책읽기와 글쓰기 그 언저리에 마음만 갖다 놓았던 이들이 한길문고로 모여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123) 군산에 온 여행자들이 동국사나 신흥동 일본식 가옥 같은 원도심의 근대문화만 보고 가지 않기를, 한길문고와 동네서점도 꼭 들렀다 가게 하고픈 내 야망이 무모하지 않다고 확인받은 기분이었다.


배지영 작가님이 내 글을 보고도 이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좋은 글이란 작가와 독자가 서로 대화하게끔 이어준다. 그런 의미에서 <환상의 동네서점>은 배지영 작가와 독자인 나뿐만 아니라 더 많은 독자들과 한길문고 의자에 앉아 얘기 좀 하자고 손을 잡아준다. 


 나, <환상의 동네서점> 한길문고에 참 잘 갔다. 눈보라를 뚫고 당기는 김에 군산에도 잘 다녀왔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께 군산, 그리고 한길문고를 가 보시라고, <환상의 동네서점>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자 한다.


이미지 출처: 알라딘, 대문 사진과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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