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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또 Feb 15. 2024

나는 서툴렀고 우리는 서러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감기 기운이 있어 버스를 타도 될 법한 거리를 굳이 굳이 찬바람 맞으며 걸었다. 가는 길에 자꾸만 눈물이 났다. 울지 않으려 애써 입술을 뜯었고 현재 그 탓에 오른쪽 입술이 피딱지와 함께 살짝 부어있는 상태이다. 내가 운 이유는 별다른 거 없었다. 행복이 끝이 났다. 물론 다시 행복해질 수는 있는 노릇이다만 이제야 겨우 사는 내내 찾지 못했던 행복을 만끽하는 중이라 여겨왔는데 전부 박살 났다. 우리는 바닥이었고 좋았던 기억이 발목을 잡았다. 다정했던 음성과 따뜻했던 말마디들. 말장난에도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했던 장면들. 전부 다 꿈같다. 책 말대로 존재만으로 되지 않아 소유하려 했던 것 같다.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보니 아픈 것이다.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건넜고 발자국을 지웠다. 사는 게 무서워졌고 이건 내가 겪어왔던 일종의 트라우마와 비슷한 맥락일 수도 있겠다. 나는 나빠질 일만 남았다. 눈물이 수도 없이 흘러내려 시야를 가렸다. 잊지 못할 것이다. 붕괴되는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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