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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여름 감기를 자주 앓던 네가 생생해

by 주또

내가 과연 너에게 우산이었을지, 한창인 장맛비였을지. 멋대로 판단할 순 없는 노릇이지만 후자는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 무진장 사랑했어.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을 뽑으라 하면 냉큼 네 이름부터 댈 만큼.


우린 어딜 가든 간에 우리였잖아. 항상 붙어있었을뿐더러 서로를 자랑이라 여겼잖아. 네 얘기를 하도 하고 다니느라 입이 아플 정도였어. 되돌아봐도 넌 참 대단했지. 본받을 점이 수두룩했거든. 뭐든 열정을 다했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어. ‘하면 되지, 해보고 안 되면 말지’ 네 말버릇, 여전히 중얼거리고 있으려나?


게다가 다양한 것들한테 사랑을 아끼지 않는 네 모습을, 참 여러모로 사랑했던 것 같아.


당시 너의 가치관과 신념 또한 내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 그 시절의 난 네가 있어 버틸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녔으니 말이야.


네 숨소리마저 닮고 싶었어. 그림자처럼 머무르고 싶었고. 주체할 수 없을 지경으로 감정이 깊어짐을 느끼는 날엔, 도망가고 싶었어. 걸음마를 처음 배운 아이인 양 서툴렀고 우왕좌왕했어.


우리가 함께 보았던 바다의 색을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네. 석양이 깔린 하늘. 바람결에 흩날리던 네 머리카락이 어찌나 낭만이었는지.


있잖아. 어디서든 널 응원하는 사람으로 남고자 했는데. 마음과는 다른 의미로 네게 남았을까, 미안해. 널 단 한순간도 응원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 이제 와서 거짓말해서 뭐 하겠어. 진심으로 네가 잘 되고 잘 살기를 바라.


조금만 걸어도 땀이 후드득 떨어지는 여름이야.

하필 여름 감기를 자주 앓던 네가 생생해.

몸조심하고. 너나 나나 구석구석 행복했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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