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아파하면 괜찮아져요. 누구나 해본 이별, 다 그렇잖아요. 딱히 더 절절하거나 특별할 건 없는 거잖아요. 물론 당시엔 가슴이 미어지고 밥도 잘 넘어가지 않는 상태에 놓일 수 있겠으나 지나고 보면 옛일에 불과해지잖아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굳이 힘써가며 날 신경 쓰려 하지 않는 편이 나아요. 지금 이토록 소란한 심정이라 한들 시간이 해결해 줄 거예요. 달력이 넘어갈수록 희미해지고요.
새로운 누군가를 다시금 마음에 들이게 될 거예요. 사랑의 예고 없음을 잘 알고 있잖아요. 그때 가서도 그 사람이 세상 전부인 양 굴고 있을 테지요.
솔직히 말하자면 결혼을 하고 싶었어요. 당신이랑,이라고 콕 집어 단언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이별이 없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영원을 약속하는 셈인 거죠. 비록 그것이 내 사랑의 마지막 페이지일 거라는 보장은 없을 테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우리는 영원을 꿈꾸며 결혼을 약속하곤 하잖아요. 한때 당신과 함께라면 인생이 즐거울 것도 같았어요. 같이 늙어갈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고요.
매해 예상치 못한 굴곡이 우리를 뒤흔들 수도 있겠으나 당신과 함께라면 잘 이겨낼 수 있을 듯했어요. 머리를 맞대고 그마저도 훗날엔 안줏거리로 웃어버릴 수 있을듯했어요. 적정 시기 동안에는 말이에요. 구구절절이긴 하네요. 모두 저물어버린 마당에 구질구질하죠.
난 결코 우리의 이별이 뜬금없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서서히 그랬어요. 점차 당신이 낯설어졌고요. 내 곁에 있는 당신의 마음이 저 지구상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타인보다 멀게 느껴지는 적이 수두룩했어요. 서로의 눈을 마주하는 시간이 줄었고요. 손을 잡고 나란히 걷기보다는 앞서가는 당신을 잰걸음으로 따라잡았어요. 짜증이 늘었고요. 성가셔졌지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늘었고요. 어쩌면 이해하지 않고 싶어졌을 수도 있겠구나, 했어요.
당신과 둘인 나의 모습이 기뻐야 하는데 차츰 그러지를 않았어요. 나라는 사람조차도 별로인 양 여겨졌고요. 내가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도 같았어요. 내 문제도 많았을 거예요.
우리가 이별했으니 우리는 이제 서로의 일상을 전혀 알지 못하게 될 테지요. 우연히 소식을 접하게 되지 않는 이상 그럴 거예요. 당신이 슬퍼하지 않기를 바라요.
난 그냥 바쁘게 지낼 예정이거든요. 한 며칠 밤을 울다가 몇 달째 되는 때 담담해졌다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밝은 척 하루를 살아갈 거거든요. 원래 살아간다는 게, 나이테 마냥 새로운 상처와 인연이 계속해서 새겨지는 법이잖아요.
다 잊었다고 말하고선 아닌 게 될 수도 있겠으나,
나는 당신을 잘 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