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했지요. 상냥하게 대할 걸 그랬어요. 별것 아닌 일에 퉁명스레 대꾸하지 말 걸 그랬어요. 안 그래도 이래저래 생각이 많은 애였는데, 나 몰라라 할 게 아녔어요. 어디가 안 좋다고 하면 함께 걱정해 줄 걸 그랬어요. 고민이 있다고 하면 같이 찾아봐주고 의견을 내고 귀 기울여줄 걸 그랬어요. 기분이 안 좋다고 할 시엔 눈을 맞추며 이유를 물을 걸 그랬고요. 그 애가 울 때엔 변명을 대거나 성가셔할 게 아니라 먼저 안아주고 등을 어루만져 줄 걸 그랬어요.
사실상 그 애가 바란 건 거창한 것들과는 거리가 멀었거든요. 그 애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봤어야 하는 건데. 그 애의 나이가 되어, 그 애의 상황이 되어, 그 애의 환경에서 살아보듯 굴었어야 하는 거였는데. 그 애가 하는 말들이 틀린 건 없었지요. 내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던 것도 같아요. 그 애가 여린 걸 알았거든요. 겉으로는 밝고 강한 척해도 속은 한없이 여리고 문드러지기 쉬운 두부 같은 사람이란 걸 인지하고 있었거든요.
사귀기 전엔 그런 그 애를 지켜주고 싶었는데요. 막상 지내다 보니 잘되지 않더라고요. 나도 피로하고. 왜 이런 것까지 챙겨야 하나, 점차 불만이 되었어요. 이토록 후회할 걸 예상조차 하지 못하고서 말이에요.
계속 곁에 있을 듯했어요. 당연히 그 애와 결혼이라도 할 줄 알았어요. 평생 내 옆에서 맑게 웃어줄 듯했어요. 부질없는 얘기라 한들, 그 애가 내게 보인 사랑을 난 절대 잊지 못해요. 분명 그 애 같은 사랑 다신 없을 거예요. 그 애가 훗날 다른 사람을 만나 영원을 약속하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한다는 게, 참.
나는 앞으로 어떻게 그 애를 지워가야 할 가요. 사방엔 그 애랑 함께한 것들로 가득한데, 도대체 무슨 수로 버릴 수 있을까요? 그 애를 하나씩 놓아줄 엄두조차 안 나요.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어차피 잊힌다고 담담한 척 대꾸했으나 무엇 하나 괜찮은 게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