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당신을 놓았을 때 후련할 거란 기대는 없었어요. 오히려 무진장 불편할듯했어요. 걱정이 되었거든요. 보기와는 달리 정도 많고요. 속이 여린 사람이라서요. 나야 바삐 살면 그만이었지요. 이별에 익숙하기도 했고요. 친구들을 만나 꼬장 부리다 보면 나아질 거였어요. 하루를 부산스럽게 보내다가 쓰러져 누운 침대 위에서 몇 달 눈물 흘릴 경우 자연스레 잊힐 거였어요.
한데 당신은 말할 구석도 없었잖아요. 홀로 감당하느라 세상과 담쌓고 아파할 것이 훤했잖아요. 작은 스트레스에도 쉬이 잠 못 들고 숨이 막혀 깨어나는 당신인데 말이에요. 내가 그런 당신을 향해 어떻게 등 돌려요. 매몰차게 손을 놓고서 헤어지자 말해요.
당신의 구원이고자 한 적은 없으나 적어도 슬픔은 되고 싶지 않았어요. 이미 한참 지난 일들이다만… 꽤 흔하지 않은 진심이었지요.
간혹 내가 배 아파 드러눕던 날, 매실차를 타와 건네던 세심함을 그리워해요. 남들은 모르는, 나만 알고 있는 그러한 면들을요. 솔직히 후회한다고는 안 하거든요. 그냥 자꾸 기억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