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를 맞출 걸 그랬어요. 만일 그랬을 경우 지금도 나 혼자 끼고 다닐 수 있잖아요. 그러다 은근히 반지가 나오도록 사진을 찍기도 할 거예요. SNS에 업로드를 하는 날도 있을 거고요.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두는 때도 있을 거예요. 내가 아직도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다며 티를 낼 수 있을 듯해서요. 이런 유치한 생각은 어떻게 해내는 거냐며 꾸짖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당신 마음에 여러 번 걸려 넘어지고 싶어요. 쉬이 잊히긴 싫단 말이에요.
우리 잘한 이별이라고는 했으나 사실상 하나도 잘 되지를 않았어요. 당신을 떠올리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적도 있고요. 보고 싶어 하다가 몸 져 누운 적도 있어요. 진짜로 수액까지 난생처음 맞았답니다. 그리고요. 아침마다 핸드폰을 확인하고요. 실수로 잘 잤냐는 메시지를 보낼 뻔하기도 해요. 마치 매주 꼬박 챙겨 보던 드라마가 종영을 했는데, 자꾸만 깜빡하고서 그 시간만 되면 소파에 앉는듯하달까요. 리모컨을 누르는 것처럼 말이에요. 아주 웃겨요. 나도 정말 웃겨요.
친구들이 본인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도 성사시켜준다 했지만 전부 거절했어요. 난 내가 나름 어른스러운 줄 알았거든요. 한데 하나도 그렇지 않아요. 아직 여전히 어린애예요.
우리 각별했던 것 맞지요?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는데요. 과거는 무의미하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한 사랑, 그토록 의미 없는 짓 아니잖아요. 흔하지 않은 사랑을 했고 특별한 연애를 했잖아요. 그저 그런 인연이 아니었잖아요.
여름이 왔고요. 반팔을 입고 다녀요. 당신은 내가 반팔과 반바지를 싫어하고 더위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여태 기억하고 있으려나요. 불쾌지수가 치솟는 바람에 별것 아닌 사소한 것들로 언성을 높이고 싸우던 때. 그러나 금방 풀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채 두 손 꼭 잡고서 집으로 향하던. 땀이 흥건하던 손바닥 안.
나는 이 여름이 미워요. 아니 사실 사계절이 탐탁지 않아요. 우리 딱 한 계절만 같이 보낼 걸 그랬나 봐요. 그럼 한 계절만 그리워하면 되었을 테니까요. 지금은 모든 계절이 당신을 떠올리다가 지나가요. 참, 빠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