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당신이 진짜 완전히 멀어졌을 때, 그 가닿을 수 없는 거리를 무어라 설명해야 했을까요? 어차피 이렇게 될 거였는데 진작에 헤어졌어야 했대요. 이런 말을 들을 적이면 시큰둥한 표정으로 밥이나 열심히 먹어요. 난 우리가 옳은 이별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한데 그걸 다른 이들의 입을 통해 들을 경우, 정말 그런 거였다고 확인사살 받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아요.
물론 어처구니없지요. 말 같지도 않아요. 왜냐, 이런 점이 마음에 들지 않을 거였더라면 애당초 당신에 대한 장점만 떠들고 다녔어야 했던 게 맞으니까요. 솔직히 지금의 난 괜한 심술에 가까워요. 턱을 괸 손마저 저릿해져오고요. 몇천만 원을 홀라당 날려버린 사람의 얼굴 같아요. 허무해요. 더불어 왜 이리 짜증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사방에서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오는듯하여 조용하고 싶어요. 벌써 미화된 추억들로 인해 머릿속이 산만한 까닭인 것도 같아요.
이젠 울고픈데 눈물도 안 나와요. 이별 후 몇 날 며칠을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채 얼마나 울었는지, 그때 내 눈물 다 썼나 봐요. 이로 인하여 앞으로는 울 일이 없더라면 좋으련만. 그건 또 아닐 테지요.
실수인 척 전화를 걸면 안 되는 거겠죠. 우연인 척 마주치면 절대 안 되는 거잖아요. 당시 고민이던 일들이 전부 해결되었나요. 당신 가족들의 안부까지 묻고자 한다면 정말 주제넘는 짓이 될 테지요.
기억은 왜 아무리 떠올려보아도 전부 소진되지 않는 걸까요. 오히려 없던 장면들마저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듯해요. 이게 우리 진짜 있던 일이었나. 혹 아님 내가 수시로 생각하느라 덧붙여 지어낸 추억인 건가.
닮은 사람들끼리는 운명이라고 했잖아요.
다 부질없는 소리.
누가 그런 말을 한 거냐고 대들고 싶어요.
우리가 틀렸던 거면서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