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는 사랑이 서로에게 벌이었을까, 겁나요

by 주또

당신은 나를 사랑한다고 했지만 당신이 싫어하는 걸 하진 않았어요. 미안하지 않은 건 미안하지 않았고 나의 감정을 세세하게 궁금해한 적이 없어요. 내가 울면 마음 아파하며 어쩔 줄 몰라 한 때도 없었지요. 난 강해져야 했어요.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서요. 오해하지 않으려 노력해야 했고요. 가까스로 무던해져야 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당신이 오래도록 내 곁에서 남아 그렇게 해주기를 내심 바란 거 같아요. 멋대로 상처될만한 말을 틱틱 내뱉고 본인이 싫은 건 죽어도 싫다며 한껏 인상을 찌푸려주기를 원했어요.


과거가 된 마당에 못할 얘기가 뭐 있겠어요. 곰곰이 되짚어 보아요. 우리란 이름 안에 사랑이 과연 몇 퍼센트나 존재했으려나요. 물론 난 여전히 사랑을 몰라요. 근데도 당신을 보면 ‘이게 사랑이구나’했다니까요. 다 부질없었으나 당시엔 모든 걸 감수할 수 있는 게 사랑이겠거니, 했답니다. 난 이 나이쯤 될 경우 사랑을 명확히 알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반드시 그럴듯하다고 자부했거든요.


그렇지만 여태 모르겠다면, 그냥 사랑 같은 건 없는 거 아닐까요? 추상적인 사랑한다만 있지 언제나 명확하지 않잖아요.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 해서 보낸 마음과 행동이 정반대의 의미로 와닿을 수도 있는 노릇이고요. 혹은 아예 간지럽히기조차 못할 수도 있잖아요. 게다가 나는 적당히 전했다고 뿌듯해했던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과하고 부담이었을 수도 있고요. 혹여나 내 사랑이 당신에게 벌이었을까, 겁나요.


나만 힘든 게 아녔을 수도 있지요. 당신도 마찬가지였을 수도 있어요. 어떻게 보면 나도 당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없었던 것 아닌가 싶어서요.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만족했을 시 상처받을 일도, 홀로 울며 힘들어했을 일도 없었을 거잖아요. 이런 식으로 어떤 날은 당신이 미웠다가, 또 어떤 날은 내가 미웠다가 변덕을 부려요. 어찌 되었든 간에 우리는 남이 되었다는 것이 결말인데 말이에요.


쉼표가 아닌 마침표가 찍힌 관계라는 사실을 완전히 부정하는 건 아녜요. 납득이 되지 않는 면도 없어요. 다만, 남들이 우리 헤어졌냐고 물으면 고개를 끄덕고 싶지 않아 망설여요.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5화연락을 하지 않아도 보고 싶어,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