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우리가 얼마를 가지고 있었어야 결혼할 수 있었을까요? 당신이랑 살려면 도대체 얼마가 필요했으려나요. 생각해 보니 돈이 문제가 아녔을 수도 있어요. 우리가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어떠한 노력을 더 했어야 했을까요? 당신과 결혼할 줄 알았던 날들이 미련하진 않아요. 결혼이 쉽다는 것도 이상하긴 하고요. 어려워서 우리가 그 지점에서 끝났나 봐요. 영원을 말했더라지만 정말이지 영원을 약속하기엔 무리가 있었던 모양이에요.
당신이 다른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당신을 쏙 빼닮은 아이를 낳아 살 것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질투가 나는 바람에 잠을 설치곤 해요. 배가 아프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요. 그냥, 나와 못 이룬 꿈을 다른 이와 해내는 걸 멀쩡히 두 눈 뜨고 지켜보기엔 가슴이 저릿하다고 해야 할까요? 완전히 마지막인 거잖아요. 이번 생엔 다시 안 올 사람이잖아요. 행복을 빌다가도 말듯해요. 축하를 하다가도 신경질적으로 돌변하여 연신 방 안에 죄 없는 베개를 내려칠 것도 같아요.
우스갯소리로, 결혼식에 가서라도 난장판을 만들고픈 심정이 들 수도 있어요. 날 떠나서 행복한 당신이라니. 더 환히 웃고 있는 당신이라니. 어쩌면 각자 맞는 자리를 찾아 비로소 진짜 밝아질 수 있는 거겠다만요.
솔직히 우린 가까운데 왠지 어색했어요. 잘 맞는 듯 맞지 않았고요. 당신과의 미래는 불확실했고요. 어젯밤 꾸다만 꿈인 양 흐릿했어요. 선잠 같은 사이였어요. 한데 이 모든 걸 확실히 그려줄 당신의 새로운 사람이란, 대체 어떤 인물일지. 궁금하긴 하겠어요.
나는 참, 잡을 용기도 없는 주제에 말은 잘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