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애가 왜 나를 좋아하는 걸까’의아했어요. 그 애가 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되려 잃을 게 있으면 모를까, 정말이지 득이 될 것은 없는 관계였어요. 한데 그 애는 꾸역꾸역 나랑 같이 있으려고 했어요. 나의 사소한 부분들을 전부 챙겨주려 애썼어요. 분명 나보다도 그 애가 훨씬 피로했을 거예요. 하고 있는 일들이 많았거든요. 그런 그 애를 한편으론 동경하기도 했지요. 내가 갖지 못한 점들을 지닌 그 애를 보며 그 애의 성공을 약간 대리만족한 것도 같아요.
그 애는 속도 없이 잘 웃었어요. 처음엔 눈만 마주치면 자꾸 웃길래, 짜증 냈어요. 그래도 그 애는 멋쩍어하면서까지 웃더라고요. 내가 화내도 화 한번 낸 적 없어요. 내가 모질게 말한 뒤 아차, 싶어 곁눈질로 살펴도 먼 곳만 응시하며 별말 없더라고요. 안도했던 듯해요. 그로 인해 솔직히 점차 안일했다지요.
그 애는 챙김 받는 걸 좋아하는 애였어요. 나도 그걸 알았거든요. 초반엔 살뜰히 살폈어요. 이것저것 하려 했고 그 애를 궁금해하며 질문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어느덧 시간을 보내고 정신 차려보니 챙김 받는 내가 되어있었어요. 나는 자꾸 잊었고요. 그 애는 놀라울 정도로 나의 세세한 걸 기억했어요. 내 취향을 따랐고요. 내가 다치면 곧장 밴드를 꺼내 붙여줄 지경이었어요. 그 애는 서운한 내색도 하다가 말았어요. 하다가 말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가… 애매하긴 한데. 아무튼 그랬어요. 나 때문이었던 거 같아요. 주눅이 들게 했나, 이쯤 되어 뒷머리 긁적이게 되기도 해요.
우리가 맞지 않았다고 확언하고 싶진 않아요. 일부였잖아요. 어긋나는 면들이 전부가 아녔다는 소리예요. 일부를 까닭으로 틀어진 거예요. 균열이 일어나는 걸 모른체하다가 기어코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부서진 거예요.
바로잡을 순 없었냐고요.
글쎄요.
내가 조금 더 섬세하고 상냥했더라면, 달랐을 수도 있겠지요.
그 애는 나와는 달리 악수마저 다정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