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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만영 Jul 17. 2021

유머로 날려버리는 우리들의 푸념

지민이처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져

오랜만에 대학선배로부터 안부 카톡이 왔다.


"잘지내고있제? 갑자기 옛날생각이났어ㅋㅋ같이 노래방 갔을 때ㅋㅋ 요샌 참 옛날이 그립네ㅎ"


가끔 나도 대학생 때가 떠오른다. 그땐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꽤나 흥미로운 학교생활이었다. 요새 어떻게 지내냐고 묻자 선배는


"옛날에 들었던 노래만 주구장창 듣고 옛날생각하고ㅋ현실은 이거라면 마음을 또 다잡고ㅋㅋ 난 바꿀수 없는 현실을 후회하며 살아가고있지 ㅠㅠㅋㅋ"


몇 년 전 결혼도 하고 애도 낳은 는 이제 곧 마흔을 앞두고 있다. 뭘해도 재미가 없고 그냥 본인은 사노비에서 공노비가 됐을 뿐이라며(몇 년 전 공기업으로 이직을 했었다), 인생에 대한 기대가 1도 없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게다가 시국이 시국인지라 유일한 취미인 수영도 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 이참에 기술사나 하나 따볼까 하고 기술사 강좌를 듣는데 이상하게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며, 동영상 강좌로 마음의 위안을 얻는 자신이 다소 어이없고 웃기다는 듯 말했다.


옛날이 그립다로 대동단결된 우리는 미친듯이 썰을 풀며 웃고 떠들었다. 순식간에 2시간이 훅 증발해버렸다. 우리가 나눴던 썰의 흐름은 대강 이랬다.


그립다 옛날노래, 그땐 별로였는데 지금 들으니 너무 좋은 '파란의 첫사랑', 이 노래 띵곡이었어!, 새벽에 2시간 동안 들었자나


지금쯤이면 반경제적자유를 누리고 있을줄 알았는데, 그렇긴커녕 그냥 사노비에서 공노비됐지 뭐, 맨날 칼퇴할 줄 알고 공사같더니만 왠걸 요샌 주말도 출근해, 이럴것같았으면 돈이라도 많이 주는 사노비로 있었지, 황금알 낳는 거위를 꿈꿨는데 그 황금알을 내가 낳느라 죽겠네, 라떼는 미분양이었던 동탄신도시 지금은 떡상했자나


물론 자기자식은 너무 예쁘지만 애를 낳을 생각이 없다면 혼자사는 것도 괜찮아, 얼마전 사유리에게 응원 DM 보냈자나, 답장은 안해도 된다했지 당연히 안하겠지만


최근 번아웃되서 대책없이 퇴사하려는 친구에게 "애도 둘이나 있는데 잘 생각해!"하며 대충 말렸지만 결국 친구넘 퇴사했어, 하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했을까 싶기도 하고, 그걸 이해해준 그넘 와이프도 대단하고, 그런데 나는 요새 살만찌고~


그리움, 일에 대한 회의감, 결혼, 육아, 재테크, 퇴사 등등 M세대들의 수다에서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소재들은 거의 다 나왔던 것 같다. 고맙게도 그의 입담 덕에 짓눌려있는 삶의 무게가 잠시 가벼워짐을 느꼈다. 유머는 별것도 별거 아닌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마성의 힘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유머를 잃지 말자!






이 글을 쓰다가 "일상이 지루하고 권태롭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검색을 했는데 괜찮은 아티클을 하나 찾게되어 링크를 걸어둔다. 나처럼 궁금한 사람들은 한번 보시길.

 

아티클 내용 일부 발췌

요즘 심리학에선 권태감을 최소 5가지로 분류한다.

보정적 권태감 : 권태감을 느끼면서, 무엇을 할지 모르는 성향

반응적 권태감 : 권태감을 느끼며, 자신을 옭아맨 대상에 공격적 성향

탐색적 권태감 : 지루하거나 따분해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출구를 찾는 성향

무관심한 권태감 : 권태감을 느껴, 주변의 모든 일에 관심을 끄고 평온한 마음을 찾아가는 성향

심드렁한 권태감 : 기분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데, 권태감을 느끼는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성향


https://www.bbc.com/korean/features-53963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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