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어떡할 거야?”
“난 못 키워. 당신이 그리도 사랑하는 당신 부모와 같이 키우든지.”
“정말 독하구나. 다신 아이를 볼 생각 하지 마.”
결혼은 줄어들고 이혼율은 여전히 높으며 위의 대화 같은 결말이 벌어지고 있다. 같이 살아보니 짝지의 진면목에 실망하며 성격차이로 헤어진다고 한다. 둘의 사랑의 증거인 아이도 이혼을 막는 장치가 되지 못한다.
여성가족부의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67%)이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가족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52%)이 부정적으로 생각해 차이를 보였다.
연애나 결혼 후 약 3년이 지나면서가 갈등과 파국이 많이 생긴다.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의 맹세가 3년밖에 가지 못하는 것, 더 이상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는 것은 터져버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5년, 10년이 지나도 계속 애인의 목소리에 뇌의 도파민이 펑펑 나오고 가슴이 벌렁거리면 우리의 심장은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권태기는 ‘죽도록’ 사랑하지 않게 해주는 보호 본능적 현상이다. 자, 이제 더 이상 설레지 않고 얼어버린 우리 사랑을 어찌해야하나? 사랑이 식은 정도가 아니라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가 되었다면 이혼을 생각하게 된다.
해결법?중 하나는 사랑이란 것이 빠지는 ‘상태’가 아니라 계속 버전을 업그레이드 하며 개발하는 ‘실천행동’임을 뼈 속 깊이 새기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뜨겁게 부르지만 애인을 다른 이와 비교하며 폄하하고 깊은 사이가 되면 제 물건처럼 함부로 대하는 저열한 놈을 그대의 인생에 넣지 말아야 한다. 덜 멋져도 마초근성이 없이 애인의 말에 경청하고 조곤조곤 잘 표현하며 갈등은 열심히 풀려고 노력하고 한결 같고 성실한 녀석이 백번 낫다.
좋은 남자(여자)는 사랑이 식었다며 리셋하고 새로운 상대를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대화를 하며 사랑을 다시 지펴 불길이 다시 일어나게 만드는 사람이다. 결혼 30년이 넘어도 같은 침대에서 자며 손을 잡아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당신은 평생 최고의 보험을 든 것이다.
이렇게 유효기간이 3년인 사랑과 결혼의 파국을 늘어놓는 이유는 딱 한가지이다. 결혼서약이 찢어지고 남겨진 아이의 불행 때문이다.
진료실에서 보는 학교 부적응, 우울과 자해 및 자살, 대인기피증과 공감을 못하는 잔인한 아이들은 많은 경우에 편부모 가정 등 결손가정이었다. 이혼까지 이르는 부모의 전쟁을 유아기부터 겪어왔는데 아이의 마음이 온전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아이를 이렇게 만든 그대들은 죄인이며 아이마음의 살해자란 말을 들어도 마땅하다. 당신도 피해자라고 할 것인가?
그대가 나에게 미리 자문을 구했다면 난 결혼해서 살아보지 말고 살아보고 결혼하라고 하였을 것이다. 같이 부대끼며 단맛, 쓴맛을 겪어본 후 신중하게 아이를 가지라고 충언했을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부모 밑에서 성장과정을 거쳤는지, 미래에 어떤 비전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가는지, 친구들이 어떤지, 술을 마시고 어떤 본성이 나오는지, 직장에서 힘들면 가족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는지를 보라고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사랑의 ‘방어기제’를 파악한다면 파국으로 가지 않을 수 있다.
갈등이 생기면 말을 하지 않고 동굴에 들어가듯 말문을 닫는 사람이 있다. 화가 나면 술을 마시고 오래된 옛일부터 다 쏟아내며 대화가 아닌 주사를 부리는 사람인지는 살아봐야 안다. 자신도 어떻게 스트레스와 사랑에 반응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두 사람은 계약동거기간에 서로의 방어기제를 이해해주고 업그레이드해 대화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권태기와 방어기제도 잘 다루는 산전수전 커플이 됐다면 2세를 만들기를 바란다. 결혼해서 살아보지 말고 살아보고 결혼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