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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이와 망구

스쿠터 탄 탱이

by 천동원

나이가 든다는 것은 습관이 되어버린 일상이 끝났다는 불안감으로 퇴직 후 서너 달 동안은 안절부절못하는 시간이 한동안 지속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과 공부는 주춤하게 되고 공상으로까지 확대되기도 한다.


그렇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오토바이를 타고 국토 순환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것도 문득 그리고 갑자기 오토바이가 타고 싶어졌다. 바람을 가르며 속도를 느끼는 오토바이는 모든 남자가 한 번쯤 바라는 로망이다.



스쿠터를 사자. 처음부터 할리나 인디언을 타면 자기 자신도 그렇고 오토바이도 망가지기 십상이란다.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125cc부터 시작해서 쿼터로 그리고 하프로 기변을 하면서 할리나 인디언으로 옮겨 타라고 권고한다. 등짝에 해골이 모자이크 된 가죽점퍼를 입고 헬멧 아래에 빨간 두건을 쓰고 멋을 부리고 싶었다.



그러나 돈이 없다. 비상금을 털어서 우선 학원에 등록을 했다. 원동기 운전면허가 있어야 스쿠터를 탈 수 있다. 격일로 한 시간씩 보름 동안 학원을 다녔다. 다니는 동안 길에서 보이는 것은 아메리칸스타일의 오토바이였다. 그 위에 올라탄 마초들이 멋있었다. 흉내를 내고 싶었다. 직장생활로 수동적인 삶이 몸에 베였는데 뭔가 주동적으로 하고 싶었다. 하고 있다는 능동성은 나를 활기차게 했다.



원동기 면허증을 취득하고 당근마켓에서 중고 스쿠터와 중고 헬멧을 구입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타고 다녔다. 스쿠터를 타면서 나름대로 두 가지 절대 원칙을 세웠다. 절대 신호를 지킨다와 절대 칼치기는 하지 않는다,였다. 신호를 지키지 않기에 과속하게 되고 자동차 사이를 이리저리 달리게 되어 사고가 나기 때문이다.



스쿠터를 타고 이리저리 달렸다. 맨얼굴로 바람을 쐬는 기분은 좋았다. 그럴수록 스크롤을 더 감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오르막길을 올랐다. 끝까지 올라가니 막다른 길이었다. 마을버스의 종점이었다. 스쿠터를 돌렸다. 앞바퀴가 미처 보지 못한 구덩이에 빠져 균형을 잡지 못하고 뒤뚱거리다가 넘어졌다. 오토바이 몸체에 발이 끼었다. 겨우 빠져나와서 오토바이를 세우니 오토바이 몸통에 눌린 발등이 몹시 아팠다. 절둑거렸다. 겨우 추슬러서 오토바이를 타고 집에 오니 발등이 붓고 쑤셨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으니 발등에 실금이 생겼단다. 깁스를 하고 한 달여 지냈다. 발이 낫자마자 스쿠터를 팔았다. 오토바이를 타는 누군가가 말하더군. 오토바이를 좋아하면 두 가지 중의 한 가지 신을 만난다고 한다. 병신 아니면 귀신을 만난다고. 그 말을 되새기며 나는 혼자 웃었다. 잠깐 동안 병신을 만난 것으로 만족하자.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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