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도 하지 않았는데 일어나면 어떻게 하냐고. 공주는 아니구먼.”
“일어나기 전에 뽀뽀하지. 일어나고 나서 그런 말을 하는 것 보니 왕자는 아니구먼.”
이렇게 시작되는 우리의 간헐적인 유머는 우리 부부를 자유롭게 한다. 왜냐하면 격식을 차리지 않으니 바깥바람을 쐬는 게 자유롭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가 먹고 싶은 것 있으면 거리에 서서 음식을 먹기도 하고 쉬고 싶으면 그루터기가 있는 아무 데나 앉아서 눈앞에 지나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하루는 잠시 쉰다고 냉면집 앞 화단 둔덕에 앉았다. 누군가가 이쑤시개로 입맛을 다시며 나왔다. 언뜻 얼굴이 마주쳤다. 같이 있던 와이프가 아는 부부였다.
집사람이 학습지 선생을 할 때 방문 학습을 했던 집의 부부였다. 멋쩍은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나는 집사람을 따라서 가벼운 목례만 했다. 참 어색한 분위기였다. 그냥 화단에 앉아 쉬면서 잠깐 눈을 감고 졸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처참한 기분의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집에서 낮잠이나 자고 있을걸 뭐 한다고 코에 바람 쐬러 나와서 망신살을 자초했는지 후회가 되었다. 아직도 실수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보니 배울게 많이 남은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