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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by 천동원


나이가 든다는 것은 텔레비전 화면보다는 라디오 소리가 정겨워진다는 것이다. 어쩌다 라디오 극장이나 라디오 소설을 들으면 옛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서 혼자서 감상에 빠지기도 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라디오 성우들의 구수한 소리가 텔레비전 배우들의 화려한 몸짓보다 더 정겨워진다는 것이다.




소리만 듣는 것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두뇌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뭔가 더 자극적인 것 같기도 하고 기억 속에 오래 남겨지는 듯하다.




TV드라마나 넷플릭스 영화를 보고 난 후 며칠이 지나면 한두 장면이 몇 개의 파편처럼 생각이 난다. 그러나 간혹 전체적인 줄거리가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시간 보내기식의 재미는 주었을지언정 별로 감동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잊어버린다.




그러나 사춘기 시절 이불속에서 들었던 라디오 드라마나 음악 프로그램들에 대한 기억은 나에게 회상의 시간을 가지게 한다. 물론 드라마나 프로그램의 멘트는 전혀 기억이 없다. 영화의 장면처럼 나의 모습이 그려지며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순간적이지만 나를 포근하게 웃음 짓게 하는 기억의 소환이다.




TV드라마나 영화는 라디오와 같은 추억의 아늑한 분위기를 주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탱이는 다시 클래식한 것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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