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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꼬들 감칠맛

by 천동원


간혹 라면을 끓여 먹을 때가 있다. 군복무를 할 때에 일요일 아침이면 항상 라면이 나왔는데 별미 중의 별미였다. 무미건조한 밥만 먹다가 엠에스지로 맛을 낸 라면은 맛 중의 맛이었다.




제대 후에 라면이 먹고 싶을 때는 아주 가끔씩 내 주거지 근처의 분식집에 가서 라면 맛을 음미하곤 했다. 분식집의 라면은 꼬들꼬들한 게 입에서 착 감기는 맛이 괜찮았다. 거의 모든 분식집에서 끓여내는 라면이 거의 비슷한 식감으로 맛을 돋우었다.




그러나 집에서 라면을 끓일 때 분식집 라면의 식감을 내려고 해도 도저히 그런 맛이 나지 않았다. 그릇 탓인가 하여 조그만 양은냄비까지 사서 끓여도 분식집 라면의 식감은 살릴 수 없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생각해 봐도 알 수가 없었다. 라면을 끓이는데도 며느리가 모르는 비법이 있다는 말인가? 결국 집에서는 분식집 라면 맛을 재현하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분식집 라면의 비법을 보았다. 역시 유튜브는 올킬이다. 면이 익기 전에 먼저 건져내고 국물에 계란을 풀고 더 끓여서 그릇에 담긴 면 위에 국물을 부었다. 맛은 그럭저럭 흉내를 내어 비슷하였지만 평소에 라면을 끓이는 방법이 아니라서 번거로웠다.




그러나 나는 알게 되었다. 한 끼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제일 값싼 분식집 라면에도 가게 주인의 ‘요리 기술’이라는 가격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집에서 흉내 낼 수 없는 먹거리를 꼽으라면 단연 분식집 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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