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무미건조한 환경이다. 그래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화분을 놓고 녹색 식물을 키운다.
시멘트로 둘러싸인 아파트 방의 벽면에 아무리 좋은 꽃장식 벽지를 발라 놓아도 꽃이 단순한 기하학적 무늬로만 보인다.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한 손에 감기는 조그만 화분을 한두 개씩 며칠에 걸쳐서 몇 개 사다 놓았다. 물을 주고 쳐다보는 재미가 솔솔 하였다.
그런데 쳐다보면 볼수록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네모로 각이 진 아파트에 통일되어 있지 않은 각양각색의 화분이 어수선해 보였다. 아무리 정열을 해놓고 보아도 전체적으로 정돈이 되어 있지 않은 모양새라고 느껴졌다.
큰 화분을 놓고 주변에 작은 화분들을 놓으면 조금 달라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당근마켓을 통해서 근처에서 사람 키만큼이나 되는 실내용 화분을 샀다. 거실 구석에 놓으니 안성맞춤이었다.
현관을 열고 들어섰을 때 눈에 보이는 초록색이 아파트를 생기 있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작은 화분들을 이리저리 배열하니 보기가 꽤 괜찮았다. 거실 정원이 만들어졌다.
화분이 생긴 이후로 아침에는 간혹 컵으로 물을 주다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모든 화분을 욕실에 옮겨서 샤워 꼭지로 물을 흠뻑 준다. 그래야 화분 밑바닥 뿌리까지 물을 머금어서 활력이 생겨나고 화분의 생명이 길어진다고 한다.
여태껏 큰 화분은 무거워서 두꺼운 수건을 화분 밑에 받쳐서 수건 위에 잠깐 얹어서 화장실까지 끌어당겨서 옮겼다.
그러나 어느 날, 이 정도쯤이야 하고 두 손으로 큰 화분을 감싸 안고 옮기려고 쭈그린 몸을 일으켜 세우는데 갑자기 허리에서 찌릿하고 전기가 왔다. 물론 더 강하겠지만 테이저건이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
그대로 5분 정도 뻗뻗하게 누워버렸다. 몸은 움직일 수 있었으나 통증 때문에 몸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다. 몸이 아프니 마음까지 멍이 들어 괜히 화분에 대해 분풀이용 말이 튀어나왔다.
‘어휴, 저 놈의 화분! 무거워도 너무 무거워.’ 그러면서도 그동안 잠시나마 화분을 보면서 녹색의 안정감과 보는 즐거움을 얻었으니 그것으로 감사하자는 위로의 말을 스스로 했다.
다음과 같은 말을 내뱉으면서... ‘즐거움의 대가는 고통이다.’ ‘으흐흐흐.’ 크게 웃으니 허리가 아프다. 그래서 ‘으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