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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花樣年華)

by 천동원


너의 인생에서 화양연화는 언제였나? 등의 질문과 답은 잘못되었다. 여태껏 살아온 인생에서 고작 한 시기만을 떠올리고 답을 한다는 것은,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나머지 인생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서 긍정보다 부정의 시간이 많다는 것은 불행한 삶이다. 그런 불행한 생각은 앞으로 남은 자신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사실 나는 왕가위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보고 이 단어의 뜻을 알았다. 사전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절’을 말한다.




사람에게 ‘가장’이라는 단어는 무게가 없는 감탄사에 가깝다. ‘가장’이나 ‘제일’이라는 부사를 붙이는 것은 의미 없는 언어의 습관일 뿐이다. 살면서 희로애락애오욕의 칠정의 파도를 타는 게 정상이다. 특별히 좋았던 시절에도 앞과 뒤의 순간엔 불만이나 노여움, 슬픔 등이 있었기 마련이다.




순간의 기쁨과 행복을 마치 어떤 시기처럼 시간을 길게 늘어뜨려 자신을 환상에 빠뜨리는 시절을 화양연화라고 여긴다면, 그런 순간들은 지나온 삶의 궤적에서 수없이 찾을 수 있다.




단지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얽힌 그 순간이 특별히 기억되는 것은 아마도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막연한 회상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만약 누군가가 나의 화양연화가 언제였냐고 묻는다면, 지금 이 순간이라고 답하고 싶다. 고민에 빠져 방황했던 순간도 나의 시간이었고, 아파서 병원에 누워 있었던 시간도 나의 시간이었고, 좋았던 시절을 돌이켜보며 웃음 짓던 순간도 나의 시간이었다.



이런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삶이 형성되었고 인생이란 시간을 지금 이 순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값 비싼 금은 ‘지금’이라고들 한다.



탈무드에서 봤던 문장이 생각난다. ‘오늘이 너의 최초의 날이라고 생각하라. 그리고 오늘이 너의 최후의 날이라고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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