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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빠진 계란

by 천동원


한가한 시간이 계속되니 별의별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그러다 갑자기 나를 표현하는 두어 가지 요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뒤적거리다가 독특한 이름의 요리를 알게 되었다. 중동과 지중해에서 먹는 ‘샥슈카’라고 불리는 요리가 눈에 들어왔다. 볶은 야채에 토마토소스를 넣어 끓여서 마지막에 계란을 빠뜨려서 먹는 스튜인데, 영어로 ‘지옥에 빠진 계란(egg in hell)’이라는 어마무시한 이름의 요리였다. 몇 번 해보니 만들기가 쉬웠다. 그래서 득도를 한 기분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그리고 친구 모임에서 내가 요리를 한다고, 그것도 샥슈카라는 서양 요리를 한다고 떠벌렸다. 그러니 한 친구가 말했다. 가장 쉬운 요리가 스파게티와 샥슈카라고 하면서 나를 깎아내렸다. 이 기분은 뭐지? 기껏 자랑거리를 내세웠는데 중원에는 나보다 고수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고수의 일갈에 그냥 나가떨어졌다. 아! 나름 알차게 살려고 노력하였는데, 친구들이 뭉갠다. 처참한 기분이 들었다. 지옥에 빠진 나를 잠시 느꼈다. 인생살이가 지옥이다. 그럼 나는 계란인가?



진짜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한때 SNS에 떠돌았던 김수환 추기경님이 말씀하신 “삶은 계란”이라는 유머가 떠올랐다. 그러나, 그랬다. 나는 달걀이었다. 그것도 깨어 나오지 못한 연약한 날계란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삶아져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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