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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구의 반란

by 천동원


망구가 언제부터인가 말대꾸가 심해지고 여태껏 해줬던 일도 나보고 직접 하라고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퇴직하고 집에 있을 때부터였다. 직장에 다닐 때 낮에 보이지 않던 사람이 퇴직 이후에 허구한 날 대낮에 거실에 누워 있으니 꼴 보기가 싫어진 게 분명했다.



갓 결혼 한 신혼부부도 허니문이라는 깨 쏟아지는 기간이 한정되어 있듯이, 늙어서 퇴직한 남편이 종일 뒤척거리는 모습을 봐줄 수 있는 시간도 유효 기간이 있는 것 같다. 망구가 자기 복장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서 아침 운동을 시작했다. 자생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운동만큼 좋은 것은 없다. 그러나 탱이의 모습이 지금이라고 해서 특별히 망구의 눈에 밉살스러웠을까 싶다.



왜냐하면 30년이나 식문화나 생활 습관이 서로 다른 두 남녀가 만나 결혼하여 티격태격 다투며 살았다. 그러다 어느덧 부부 생활을 한 지 30여 년이 지나면서 겨우 맞춰지나 싶었다가 이제는 새로운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고 서로 생각했다.



그러니 신세계를 본다는 기대감에 앞서서 알 수 없는 한숨이 나오는 것은 숨길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 거냐는 망구의 질문에 탱이는 살아왔던 대로 살아가면 된다고 답을 했었다.



즉 본격적인 노후생활이 시작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불안감이었다. 그 불안감이 스트레스로 나타나는 망구의 행동이나 말이 탱이에게는 망구의 반란으로 여겨졌다. 자기가 없을 때는 밥을 직접 차려 먹어라는 둥, 방 청소도 직접 하라는 둥, 모든 것을 직접 하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망구는 탱이가 가진 비밀스러운 습성을 몰랐다. 탱이는 음식을 직접 차려 먹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며, 설거지, 청소 등은 이미 군 생활에서 강제적으로 주입된 학습으로 체득화되어 있다는 것을.



남존여비나 부창부수라는 인식이 희미한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가정의 일이란 군대에서 내무반 생활과 비슷하다. 미시나우시(군대 내무반 바닥 물청소를 일컫는 일본어식 은어)가 없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군대 시절에 익혔던 강제적 습관이 늙었다고 없어지진 않았다.



탱이를 부려먹으려던 망구의 반란은 탱이의 비폭력 무저항으로 인해 부드럽게 지난 것 같다. 앞으로 또 다른 망구의 반란은 뭐가 될지... 아! 발톱 빠진 고양이 신세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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