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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출행동

by 천동원


나이가 들면 마음이 넓어지고 부드러워지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경직된 사고와 좁은 시야로 의심이 많아지고 불안 증세도 생기는 것 같다.




집안에 갇혀 있는 시간이 지겨워 외출이라도 하게 되면 어깨가 처지고 눈에 초점이 없어진다. 그냥 지나가는 하루의 시간이 길고 멀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공원에 모여 장기나 바둑을 두고 벤치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멍하니 있는가 보다. 그렇다. 운동을 하자. 그래서 이른 아침에 걷기를 하기로 했다.




걷기는 따로 운동복이 필요 없었다. 그냥 평소 복장에 운동화만 신으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신체 활동이었다. 해가 뜨기도 전에 집 밖을 나가서 동네 근처에 있는 공원까지 길을 익힐 겸 보름 정도를 천천히 갔다 왔다 하면서 핸드폰으로 시간과 거리를 측정하였다. 약 4킬로에 50여분 정도 되는 거리였다. 적당하였다.




공원을 중심으로 큰 연못이 있었다. 나는 연못 주위를 걷는데 사람들이 모두 나와 정면으로 마주치고 걷는 것이 아닌가? 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연못을 돌 때 모두 왼쪽으로 돌고 있는데 나와 몇몇은 오른쪽으로 돌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 비해서 돌출적 행동이었다.




올림픽이나 육상대회에서 운동장을 뛸 때는 선수들이 모두 왼쪽(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장면이 기억났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인구의 약 87%가 오른 손잡이이며 또한 오른쪽 다리가 왼쪽보다 더 발달되어 있어서 트랙을 돌 때 오른쪽이 더 활달하게 움직여야 균형을 이루기가 쉽다고 한다. 그래서 육상경기는 트랙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고 한다 (https://naver.me/5oE8mP4l).

관습이 아니라 과학이었다. 이래서 또 지식 한 개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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