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놈에 추석연휴가 이리 긴건지 달력속에서 빨간 숫자가 줄줄이 붙어있다.
그 열 개나 되는 숫자들 중에 추석날은 이쁘게도 가운데에 딱 버티고 있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남들 다간다는 추석맞이 해외여행을 차례를 지낸다는 핑게로 안갈수도 있으니...
사실 이리저리 갈 형편도 안되기도 하니, 더욱 더 다행스럽다
잔정이 없어서 인지 아니면,
벌초때만 의무감이 충만해지는 三寸, 四寸이라는 양반들과
그리 친하지 않아서 인지,
또 그 친하지 않음은 그분들이 집안 초상이 날때마다 좋은모습을 안보여줘서
그런지 그게 아니면,
그분들한테는 그분들의 형님과 伯父께서 초상이 나기전에 그분들께 좋은모습을
못보여줘서 그랬는지는 알지도 못하고,
지금은 알고 싶지도 않다.
대학을 휴학하고 작년부터 경찰시험 준비를 하는 딸아이가 이번시험에 떨어졌다.
자기딴에는 조금의 기대가 있었는지 내색을 안한다고 하지만,
내눈에는 좀 지쳐보인다.
아니면 내가 그렇게 보고싶어서 일수도 있긴 있겠다.
다시공부를 시작한다며 책을 몇권 주문 하는걸 보며
공부 시작하기전에 바람이나 쏘이고 오자며, 어짜피 혼자라도 가기로 했던
추석연휴의 3일간의 외유에 동행을 만들어 본다.
생각보다는 흔쾌히 그러마 한다.
조용한 휴양림에 읽고싶은 책이나 한권씩 들고
그곳의 나무들 보다 더 조용하게 있다가 오자고 했다.
생각보다 생각이 깊은 구석이 있는 애라 어떨때보면 안쓰럽다.
시대가 그런건지, 나도 그런 시대를 만드는데 도움을 줘서 그런건지...
(도움을 줬다고 하기보다는 조금도 말리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게 맞겠다.)
항상 내가 해주고 싶은 만큼 못해준 것들만 생각이 난다.
前 世代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도 없을만큼 편해진 세상이다마는
이런 생각들과 후회들은 代를 거듭해도 동일하고
代를 거듭하면서 그시대에 맞게 그모습들도 변해가는거 같다.
내년에 또 시험을 보게될 아이에게 하고싶지만 하지 않았던 이야기는
올해의 그것과 같을거 같다.
“시험 후회 안남게 잘보렴”
'혹여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자책하진 말거라.......’
다음 주말은 벌초를 하기위해
나를 포함한 의무감만 충만한 분들과 만난다.
지금보다 넉넉치 않고 해줄수 있는게 부족한 시절에
당신 살을 자식에게 먹이며 사신 분께
또 한번 염치없지만 내가 가진 딸아이에 대한 걱정을
같이 해달라고 하려한다.
생을 다하도록 걱정만 끼친분께 염치없지만....
하지만, 그게 아니면 누구한테 이야기하랴.
어미거미의 살을 먹고자란 염낭거미.
난 어미의 자식이다.
2017.9.18 ㅅㅓㄱ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