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이었다.
과식에 부풀어 오른 배를
믿고 싶지않을 만큼 정직하게 보여주는 거울덕분에
산책이라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날만 그 거울이 정직한것만은 아니지만-
강둑에 돈을 퍼부어 만들어 놓은 자전거 도로겸 산책길.
그날 산책길에서 만난 자전거는 네 대가 전부였다.
참 행복하겠다... 한적하게 지나쳐가는 저 자전거 주인은......
도로교통법에 자전거는 車로 규정되어 있다.
그 작은 車를 위해 평상시에 서너대만 다니는 그 귀한 차를 위해
강변 제방을 곧게 다듬고 까만 아스팔트로 융단을 깔아 놓은 전용도로를
누군가 다른 누군가의 돈으로 만들어 놓았다.
참 고마운 일이고, 그날 네대의 자전차 주인에게는 더 감사한일 일게다.
이런저런 시답잖은 생각과 되지도 않을 바램과 해결되지 않을 고민거리로
그 가성비 낮은 도로를 허우적 거리며 걸었다.
세 번째 지나간 자전거와
지난밤 신랑이 더 젊어진건지 입이 찢어질 듯 웃으며,
이어폰의 트롯가사를 나에게 까지 들려주는 아줌마를
지나치며 헤아릴수 없는 잡스러운 생각에 시야는 더 좁아진다.
도로포장을 하고나면 설계된 포장 두께 만큼 포장을 했는지 확인을 한다.
포장하기 전 높이와 포장한 후의 높이를 비교하는 것으로,
뭐가 그리 못미덥고 무엇에 그렇게 많이 속아왔는지 10cm남짓의 둘레로
동그란 구멍을 뚫어 포장 두께와 상태를 확인한다.
네 번째 자전차(그날의 마지막 자전차)가 나의 진로를 훼방하지 않았다면
난 믿음이 많지 않은 사람 때문에 생긴 그 작은 구멍을 보지 못했을거다.
까만 아스팔트 위에 동그랗게 뚫린 구멍에 서로 아웅다웅 하는 모습으로 푸른색의 키작은
생명들이 빽빽하게 박혀있었다.
사실 포장두께의 확인공(孔)은 확인후 다시 포장재료로 덮게 되어있지만,
아마 그동안 못믿을짓을 많이 한 사람이 또 한번의 못믿을 짓을 한거 같다.
정해진 둘레에서 아웅다웅 살려다 보니 코믹속의 푸른색 괴물처럼
푸른놈들이 괴력이 생겨 땅속에서 동그랗게 막힌 무언가를 뚫고 나온것처럼
아웅다웅 박혀있다.
일직선의 검정색 속,
빽빽한 한점의 푸르름이 아름다웠다.
아름답다의 어원은 ‘한아름’ 할때의 아름이란다.
두팔을 둥글게 모아서 만든 둘레...한아름.
이 ‘아름’이 ‘사사로움’이라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
아름답다는 사사로움에서 나온게 맞는 모양이다.
정직한 거울 덕분에 쫓겨나와 네사람을 위해 만든 검정색 도로위를 오만가지 잡념으로
헤매다가 만난 10cm의 작은 구멍.
그날 유일하게 잠시동안의 무상무념(無想無念)을 준 아름다움.
자기들만의 전용도로를 두바퀴로 밟고 지나간 씩씩한 사람들도,
스피커 같은 이어폰을 가진 그분도 못봤을 작지만 힘찬 풀밭.
더 이상 커질수 없는 딱 거기서..
많은 발자국과 많지 않은 바퀴를 견디며 빽빽하게 살아갈 한줌의 녹초(綠草)가
나의 사사로움에는 참 아름답다.
2017.8.9 ㅅㅓㄱ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