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ris Sep 18. 2017

익숙한 듯 익숙지 않은 런던  

새롭게 적응하기 

신랑의 직업 특성상 한나라에 짧게는 2-3년 길게는 4-5년 정도를 머물다 다시 새로운 나라로 떠난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적응이 되었다 싶으면 떠나야 하고, 좀 친해져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겠다 싶으면 작별을 고해야 한다. 


삶의 방식이야 어떻게든 맞춰가고, 어떻게든 바꿔가면 적응이 가능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과의 관계, 특히나 새로 만나는 사람들과 맞춰가는 것이 가장 어렵다. 

언어의 벽도 뚫어야 하고, 편견도 허물어야 하고, 서로 다른 문화와 성격도 맞추고 이해해야 하는 인간관계는 때때로 귀찮다는 핑계 아래 나를 "혼자"라는 틀에 가두기도 한다. 


물론 언어가 같다고 모든 인간관계가 좋을 수는 없다. 

사는 방식이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보면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한국인들과의 대화 속에서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사실 지금 만나서 나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친구는 지난 4년 반 동안 바르셀로나에 거주하며 친해진 영국인 친구 케이트다.  학교에서 학부모란 이름으로 뒤늦게 만난 친구지만 교육에 대한 생각이 비슷하고, 사진이라는 취미가 비슷하고, 세상을 보는 눈이 비슷하다 보니 둘이 여행도 하고, 다른 엄마들 따돌리도 둘이서만 커피 모닝을 가지며 서로에게 고민도 털어놓고 위로도 되어주던 친구다. 


하지만 그녀는 바르셀로나에 남아있고, 나는 런던으로 돌아왔다. 

오래전에 알고 지내던 친구들을 다시 만났지만 아직은 이야기가 겉돈다. 

4년 반이라는 시간은 때로는 짧게 느껴지지만, 때로는 친했던 사람들과도 조금은 어색해지게 만드는 긴 시간이기도 하다.  런던은 익숙한 듯 낯설고, 런던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변해있다. 

새로운 나라에 적응하는 것보다는 빠르겠지만 여전히 새롭게 적응해야 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가야 하기에 조금은 긴장하고, 조금은 떨린 발걸음을 띄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르셀로나 지인들은 안전하다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