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과 사진

독립출판물 <깜깜과 어스름의 사이>

by 흣쨔

* 2021.04.05에 출간된 독립출판물 <깜깜과 어스름의 사이>를 연재합니다.

독립책방 스토리지북앤필름(해방촌, 강남점), 망원 이후북스, 공릉 지구불시착, 인천 북극서점, 원주 책빵소에 입고되어 있습니다.




“은호 졸업식이 언젠디?”


먼저 가는 아빠를 따라가며 외쳤다. 뒤에 오던 동생이 말했다.


“화요일.”


아싸, 은호 졸업식 참여할 수 있다. 가족 중 가장 마지막으로 성인이 된, 동생의 졸업식이었다. 쪼꼬맸던 얘가 대학 가는 것도 설레서 난리였는데, 졸업식은 또 얼마나 신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쩌다 난 동생의 모든 졸업식을 참여했더랬다. 유치원은 기억나지 않고,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식에 모두 직접 가서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다섯 살 차이 동생의 졸업식에 꼬박꼬박 참여했던 건, 물론 우연히 그 날따라 한가로웠던 것도 있었을 테다. 그렇지만, 아마 나의 졸업식에서 느꼈던 외로움을, 동생은 느끼지 않았으면 했던 이유가 컸을 거다.


“느그들 졸업식은 엄마 아빠가 갔나?”


아빠가 물어왔다. 졸업식, 여러 졸업식이 있었지만 나는 가장 최근에 있었던 나의 고등학교 졸업식이 떠오른다. 너무 외로웠던 졸업식, 괜히 너무 슬펐던 졸업식.


“엄마가 오긴 왔었지요. 잠깐.”


부모님은 맞벌이셨다. 다들 바빠서 딸 아들의 입학식과 졸업식, 주요 행사에 겨우 참여하기 바빴다. 그럴 때마다 우리를 한참 키워 주신 할머니가 오셨다. 저 멀리 서 계셨던 할머니. 하지만 어린 마음에 나는 부모님이 오길 기다렸다. 다른 친구들처럼 엄마 아빠가 나만 지켜보며 환하게 웃어주고 축하해주기를 바랐다.


머리가 컸다고, 좀 컸다고 고등학교 졸업식엔 아무도 안 와도 된다고 말했다. 이에 엄마는 시간을 조금 낼 수 있다며 가겠다고 하셨고, 할머니도 내가 가겠다-하셨지만 워낙 산꼭대기에 있던, 교통도 불편한 학교에 와 달라 쉽게 말하지 못했다.


졸업식이 시작되고, 나는 고개를 슬쩍 돌아보았다. 자꾸만 돌아보았다. 엄마가 오신다고 하셨는데.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 저 멀리- 엄마가 보였다. 엄마는 작은 꽃을 들고 서 계셨고, 반가운 마음에 살짝 손을 흔들어 보였다. 엄마가 왔다. 나는 기뻤다.

‘미안, 사실 엄마 일찍 가 봐야 해.’


엄마의 문자였다. 어쩔 수 없지. 감사해요, 와 주신 것만 해도 감사해요. 그렇게 졸업식이 끝나고 뒤를 돌아봤을 땐 나를 바라보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친구들과 강당을 나섰다.


“엄마!”


다들 자신의 가족들에게 뛰어가며 뿔뿔이 흩어졌다. 어느새 나는 혼자가 되었고, 건네받은 작은 꽃만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사진을 찍는 친구들을 바라보다가, 바쁜 척을 했다가, 외로운 마음을 숨기며 돌아다녔다.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친구 엄마들은 사진 찍어줄 테니 서 봐, 하며 나를 세우고 찍어 주셨다. 나를 담는 저 카메라를 보며 괜히 너무 슬펐다. 나를 찍어줄, 축하해줄 엄마가 보고 싶다. 먼저 가버린 엄마가 괜히 미웠다. 그래도 사진 속의 나는 미소 가득한 얼굴로만 남았다.


지금의 나는 졸업식에 못 온 엄마와 아빠가 밉지 않다. 그날이 유독 그랬던 거고, 그렇지 않은 다른 날도 있었으니까.



“은호, 여기 엄마 아빠랑 서 봐.”


코로나 때문에 가족 출입이 금지된 동생의 졸업식은 집에서 이루어졌다. 학교에서 졸업장을 받고 돌아온 동생을 엄마 아빠 옆에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다들 활짝 웃는 모습에 괜히 마음이 찡해졌다.


“자, 찍을게요. 하나 둘 셋!”



✍일어나는 소리, 흣쨔!


느린 걸음의 산책가이자 수집가.

부러 신경 쓰지 않으면 후루룩 흘러가버리는 일상 속에서, 그는 한 걸음씩 내딛으며 이야기 조각을 수집한다. 조각은 그의 조각이기도 하고 당신의 조각이기도 하다. 때론 그림책 같기도 하고, 한 편의 시 같기도 하다. 잠깐 걸음을 멈춘 그는 우리에게 따뜻한 미소를 띄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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