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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철 Apr 25. 2020

미안해라는 말을 들어도 당신의 화가 풀리지 않는 이유

[공감 통역사 김윤정의 상담일기]

진짜 그냥 미안하다고 사과해 줬으면 좋겠어요.

 가족이 미워서 죽을 만큼 힘들다는 내담자와의 상담. 가족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내가 질문했을 때, 그가 상당히 발전된 형태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면서 한 말이다. 


 “언니가 미안하다고 말하고 사과하면 뭐가 좋겠어요?”
 

 내가 이렇게 질문하면 많은 경우 ’뭐가 좋고 말고 할 것 없이 잘못했으면 사과를 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돌아올 때가 많다. 
 
 "미안해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이런 말을 들어도 마음이 풀리지 않는 경험을 해본 적 있는가?
 
 “뭐가 미안한데? 뭘 잘못했는데? 진정성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잖아!”
 
상대가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다며 더 큰 분노가 치미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도 마음이 풀리지 않는 이유는,
사람의 마음이 풀어지는 방법은 미안하다는 말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밀하고 섬세한 공감 말이다. 
 

  ‘아 그랬구나! 그랬었구나’를 넘어 그 상황에서 그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영향받은 나의 마음이 어떠한지, 나조차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세세한 스크래치까지도 살피고 헤아려서 마음이 어떤 상태가 되었는지, 그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살피고 살펴줘야 한다.
 
 속 좁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사실 나는 속이 좁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감정이 여려서 쉽게 상하는 사람이 있을 뿐. 아니, 우리 모두가 그렇다. 우리의 감정이 그렇다. 여리고 다치기 쉽고 무심하게 툭 던진 말 한마디에 아파서 몇 날 며칠 잠도 못 자고 전전긍긍할 수 있는 게 바로 감정이란 것이다 
 
 그렇게까지 느낄 필요가 있던 말던, 그렇게까지 화가 나고 속상한 일이든 말든, 내가 미처 예측하지 못한 말과 행동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쉽게 무너질 수 있을까 싶은 게 감정이다. 
 
상처를 누가 줬냐를 따지는 것보다 

그 상처가 언제 일이냐를 논하기보다
그 상처의 이유가 합리적이냐 그렇지 않냐보다 중요한 건 
내 마음에 생채기가 났다는 사실이고 
그 상처는 섬세하고도 부드러운 살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걸 나 스스로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으면 그걸 흔히 말해 자기 공감을 할 줄 안다고 말하고, 나 전달법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걸 누군가 다른 사람이 해주면 공감받았다고 말할 수 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이 필요하긴 하다. 마음이 풀리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정작 상대의 사과를 받았음에도 내 마음이 괴롭다면, 아픈 내 마음에 섬세하고 부드러운 공감이 필요하다는 뜻 이리라. 따뜻하게 안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오늘 당신의 마음을 살펴줬는가?
오늘 당신의 마음을 살펴줄 누군가가 있는가?
오늘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살펴주었는가?


밥 먹고, 잠자고, 숨 쉬듯이 하루를 살면서
자신과 사랑하는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는 시간,
공감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글쓴이 - 공감 통역사 김윤정]

공감 통역사. 심리치료사, 상담전문가, 프로 코치, 심리극 디렉터

가족사랑공감학교 대표, 한국 상담학회 전문상담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국제공인 PREPARE/ENRICH-CV 커플 상담사 및 전문강사,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 가족학교 전문강사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전문강사 직장인 자살예방 전문강사 등으로 활동 중.

- 저서 『감정 플러스 니즈 카드 , 개떡 같이 말하면 개떡 같이 알아듣습니다. 그렇게 말해도 이해할 줄 알았어 2019 평단, 혼자가 편하다고 말하는 그대에게 (2020 예정),

- 공감학교 유튜브 상담실 운영 http://bit.ly/유튜브상담실_공감통역사

* 이 글은 김윤정님 글을 재편집하여 발행하였습니다. 원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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