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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테이블 Oct 27. 2024

신기한 사탕

아이에게 들려주는 나의 동화

2021년 1월,

7살 아이에게 들려주려 만든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매일 "심심해 심심해"를 입에 달고 살았어요. 그래서 심심해하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동화를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친구와 (그리고 자기 자신과) 조금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지를 스스로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어요.  








보리는 씩씩한 일곱 살 어린이예요.


보리는 매일 "심심해~ 심심해~", "무슨 재미있는 일 없나?" 하는 말을 입버릇 처럼 하곤 했어요.

오늘도 어린이집에서 놀이를 하다가 금세 따분해졌어요.


"아~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


보리의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이 조용히 보리의 곁으로 다가왔어요.


"보리야~ 오늘도 심심해?"

"네, 너~~무 심심해요~"

"그럼 내일 보리가 어린이집에 1등으로 도착하면, 선생님이 신기한 물건을 하나 줄게.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야."

"네에~?"


보리는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신기한 물건과 재미있는 일이 무엇일지 조금 궁금했어요. 하지만 대단한 것일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요.



보리는 하원 후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자려고 침대에 누웠어요.

그리고는 낮에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떠올렸어요.

'신기한 물건은 뭘까?'

'재밌는 일이라는 건 또 뭘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스르륵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어요. 보리는 눈이 번쩍 떠졌어요.

"아! 신기한 물건!"

대단한 것은 아니겠지만 혹시 모르니 1등으로 등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바로 엄마아빠를 깨우고 미리 옷도 챙겨 입었지요.


"보리야~~ (하품) 오늘 무슨 일 있니? 옷도 벌써 다 입고 있네~"

"나 오늘 1등으로 등원할 거야! 얼른 가요~"



평소보다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어린이집에 도착했어요.

"우리 보리, 1등으로 왔네! 선생님이 어제 말한 거 줘야겠다. 자~ 받아."

선생님 손에는 손톱만큼이나 작은 사탕 3개가 들려 있었어요.


"이걸 녹여 먹으면 마음을 들을 수 있단다."

"네? 마음을 듣는다는 게 뭐예요?"

"직접 확인해 보렴~ 선생님은 오전간식 준비하고 있을게~"



보리는 선생님의 말씀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마음을 듣는다는 게 뭔지도 궁금했어요. 그래서 바로 한 알을 입에 넣고 살살 굴려 녹여보았어요.


그러자 갑자기 어떤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보리가 진짜 재미있어하려나~ 신기해서 너무 놀라는 건 아닐까? 오늘 오전간식은 채소스틱이네~ 우리 보리가 끙끙하면서 먹겠네~'

'응? 이게 무슨 소리지? 선생님은 저기 앞에 계시는데... 목소리는 아닌데... 이거 선생님의 마음속 소리인 거야?'



선생님이 "사랑반 친구들~ 오전간식 먹자~ " 하면서 채소스틱과 우유를 가져오시는 걸 보고는, 보리는 너무 놀라 오줌이 찔끔 나올 뻔했어요.


'뭐야! 진짜 마음의 소리를 들은 거잖아!'


보리는 너무 설레고 신기해서 심장이 쿵쾅 뛰었어요. 그리고 곧바로 두 번째 사탕으로 누구의 마음을 들어볼까 생각했지요.


요즘 조금 신경 쓰이고 궁금한 지안이의 마음을 들어보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입 안에 빠르게 사탕을 넣고, 지안이의 옆으로 다가갔어요. 당연히 아무 일도 없는 척하면서 말이에요.


"지안아~ 나랑 블록놀이 할래? 오늘 나랑 같이 놀자~"

"음~ 그게..." 지안이는 고민을 하는 것 같았어요.


'보리랑 같이 놀고 싶은데... 블록놀이는 하고 싶지 않은데 어쩌면 좋지? 색종이 접기를 같이하면 참 좋을 텐데...'


지안이의 마음을 듣게 된 보리는

"지안아~ 우리 블록놀이 말고 색종이 접기 하면서 놀까?" 하고 다시 물어보았어요.

지안이는 흠칫 놀라는 기색이었지만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어요.

"나 오늘 색종이 접기하고 싶었는데 너무 잘됐다! 얼른 같이 놀자~"


보리는 마음을 들을 수 있는 사탕 덕분에 지안이와 즐겁게 놀게 되어 너무나 기분이 좋았어요.



이제 사탕은 마지막 한 알이 남았어요. 보리는 마지막 사탕을 어떻게 쓸지 고민이 되었지요. 사탕이 하나 밖에 남지 않아 벌써 아쉬웠어요.

보리는 한참을 고민했어요. 한 시간, 두 시간, 어쩌면 세 시간이 지났을지도 몰라요. 

"아! 생각났다! 물어봐도 생각을 얘기해주지 못하는 아이가 있었지~"


보리는 하원 시간만 기다렸어요. 어찌나 서둘렀는지 신발을 반대로 신은 것도 모르고 마구 달려서 집에 돌아왔어요. 그리고 바로 '민트'를 찾았지요.


"민트야~ 나 왔어~"


보리는 민트를 동생이라 불러요. 매일 민트의 밥을 챙기지요. 민트는 파란색 긴 지느러미로 멋지게 헤엄치는 물고기예요.


"민트야~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 궁금해. 그래서 마지막 사탕으로 너의 마음을 들어보려고. 내가 이상한 말 하는 것 같지? 하하하"


보리는 입 안에 사탕을 넣고 가만히 민트를 바라보았어요.


'보리가 종알종알 얘기하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 하루종일 혼자 있어서 심심했는데... 내가 매일매일 보리와 눈 맞추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기다리는 걸, 보리는 알까?'


"민트야~ 나 알아. 너의 마음을 이제 알아!"


보리는 마치 풍선이 커지는 것처럼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민트가 헤엄치며 보리를 향해 오는 모습을 보는데, 보리는 저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답니다. 









민트는 이제 저 멀리 갔어요. 저와 아이는 아직까지도 민트 생각만 하면 울컥합니다. 이 이야기는 민트를 계속 생각나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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