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모습을 만나러 가기 위한 의식
이번 다이어트는 유난스럽다. 등산으로 스타트를 끊었고, 옷에 라면을 쏟은 것도 모자라서 이번에는 바지가 터질 뻔했다.
운동 할 땐 레깅스나 브라탑을 입지 않고 주로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했는데, 첫날부터 엉덩이에서 빡! 하는 소리가 들렸다. 타임랩스를 찍고 있어서 계속 동작을 이어갔지만 언제 또 뜯어질 지 몰라 위축되는 경향이 있었다. 운동을 마치고 나서 보니 반바지의 재봉선이 조금 벌어져 있었다. 얇은 청바지 소재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때마침 얼마 전에 본가에서 옷 정리를 대대적으로 하며 사놓고 쳐다도 보지 않았던 레깅스들을 정리한 사실이 떠올랐다. 그 뒤로는 브라탑에 레깅스를 입고 운동을 한다. 기능복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매트를 펴고 폼롤러 스트레칭을 먼저 한다. 어느 날에는 매트를 펴는 순간부터 가벼운 몸으로 춤추고 사이즈에 구애받지 않고 옷을 고르는 나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졌다. 계속 해서 나만의 이유를 찾다보니 정말 책에서 본 것처럼 생생하게 눈 앞에 보였다. 옷을 사입는 것에 흥미가 없어서 춤출 때도 검정 나이키 스웻 팬츠에 검정 반팔티만 입는데, 무드에 따라 이것저것 골라 입고 신나게 춤추는 내 모습이 저절로 그려진다는 게 신기했다. 기분 좋은 느낌이 더해지자 매트를 펴는 것이 나에게 레드카펫을 까는 것처럼 품격있고 격식있는 행위가 되었다. 매일 아침 매트를 펴는 것이 원하는 목표로 데려다주는 의식이 된 셈이다.
뭐든지 가득 차면 비워야 할 때가 온다. 나의 경우에는 지방이 그랬고, 지식이 그랬다. 어느 책에서나 '지식은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행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늘 스위치를 꺼둔 채로 활자만 읽던 나는 '음, 그렇구나. 그렇지. 알면 써먹어야지. 옳은 말이야.' 동감하기만 할 뿐 행하지 않았다. 그 뒤에는 늘 군것질을 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때가 되면,' 이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이어트의 원칙은 식단이 80, 운동이 20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근육량이 많은 편이라 식단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지방은 운동해서 걷어내면 되는 거 아냐?' 라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내가 한 운동은 제대로 된 운동이라고는 보기 어려웠다. 식사는 언제나 간이 세거나 양이 많았고, 영양도 불균형한 상태였다. 무엇보다 당류를 너무 많이 섭취했다. 보상심리가 발동하면 운동한 만큼 혹은 그 이상을 언제나 먹었으니 결과는 플러스마이너스 제로이거나 잉여 에너지가 만들어질 수 밖에.
이런 시간들이 계속 누적되다보니, 제법 운동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고 자부했지만 아무리 운동을 해도 달라지지 않는 체중계의 숫자를 보며 이제는 정말 식단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음을 뼈져리게 느낀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몸은 잘 모르겠다면 정말 갈 데까지 가서야 깨닫게 된다. 염증이 몸 속에 넓게 포진되어 있었고 소양증으로 괴로웠다. 건강의 끝에 섰을 때야 말로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식습관을 고쳐보자고 다짐했다. 어리석은 방법을 고수하며 시간이 흘러가버렸지만, 지금에라도 깨달을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이런 깨달음의 뒤에는 언제나 기록이 있었다. 이따금 나의 과거를 마주할 용기가 아주 작은 틈을 통해 찾아올 때가 있다. 번번이 놓쳤지만 드디어 잡은 그것은 바로 피드백. 일지는 형편없이 솔직했지만 조금씩 여러 방법을 적용해가면서 내것화 되어가고 있었다.
오늘도 아침에 매트를 펴며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보고 느끼고 그 속에서 놀았다. 그런 순간을 즐기는 것은 목표를 향해 갈 때 큰 힘이 되어준다. 더 나은 나를 위해 노력하게 만드니까. 처음으로 현미를 섞은 밥을 먹었고, 밥을 먹을 때에는 미디어를 보지 않았다. 기분 좋은 포만감과 오감을 온전히 집중해보는 시간을 통해 하나씩 다듬어가는 나의 생활양식. 내 삶에 정을 붙일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