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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Apr 18. 2024

오늘도 안녕하시죠:변화에 맞서는 신중년의 바람직한 자세

나는 14년 차 소상공인이다. 엄밀히 말하면 사업가라고 하기는 어렵고 자영업자라고 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필리핀에 위치한 대형 유통업체에 자체 브랜드 상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무역업이 주요 업무다. 


공장도 없고 마케팅 인력도 없이 대부분의 업무를 아웃소싱하며 처리한다. 일하는 시간을 계산해 보니 하루에 대략 10분 내외, 일주일로 계산해도 한 시간이 안된다.


출근해서 은은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책 보고 인터넷 뉴스 검색하는 삶이 소원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꿈을 이룬 셈이다. 평균 수입도 대기업 부장급 정도는 되니 나쁘지 않다. 


사업을 시작할 때 결심한 것이 있다. 직원들 월급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밀리지 말자. 지금은 혼자 하는 1인 기업으로 고정비 걱정도 없고 아직까지 가정의 소중한 생활비 또한 날짜를 어긴 적이 없으니 약속을 지킨 셈이다. 


돈 되는 사업은 절대 남에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맞는 말이다. 지금의 OEM사업 모델 역시 자녀가 계승해 다른 상품 영역까지 더욱 확장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해외 출장도 함께 다니고 있다.


요즘 새로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 군데 창업 경진대회 발표장을 돌아다니며 참관하고 있다. 새삼 느끼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이다. 뒷걸음치던 소가 우연히 개구리를 밟은 것처럼 유튜브나 보며 지내는 게으른 내가 지금껏 망하지 않은 것은 운이 참 좋았을 뿐이었음을 다시 되새겨 본다.


그럼에도 굳이 변명을 하자면 직장 생활은 나와 잘 맞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 가입 이력을 보니 10여 군데 직장을 전전한 경력이 있다. 단기간에 매년 퇴사한 셈이니 인내심으로 치면 완전 낙제점이다. 거의 30년가량 한 직장에서 근무 중인 아내를 '인내심의 달인'으로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은 바야흐로 변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항상 반복되는 큰 역사의 순환일 뿐이다. 산업혁명 후 유럽의 대항해 시대가 세상을 바꾸었듯이 현재는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첨단 기술이 새로운 식민지를 개척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SNL이라는 개그 프로그램이 문득 떠 오른다. 결혼 상견례에서 장인장모님에게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콩글리쉬(Konglish)를 연발하며 운전면허를 전문 자격증으로 소개하며 부러움을 사던 장면은 그저 웃어 넘기기에는 사회의 변화를 함축하고 있다. 


엄청난 고스펙을 가지고도 취직이 힘든 시대에 기술의 변화에 맞추어 '대항해'를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부자가 된다. 과거는 기억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두려움 혹은 꿈일 뿐이다. 현재를, 지금의 이 순간을 행복으로 채우기 위해 노력해 보자.


자신에게 무엇이 가장 좋을지는 아무도 모르고 상황에 따라 항상 변하기에 큰 의미도 없다. 만약 재물을 잃는 다면 돈이 중요 해질 것이고 건강을 잃는다면 행복의 가장 우선 조건은 건강이 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망망대해에서 비록 작은 나룻배에 불과할지라도 오늘도 행복할 수 있음에 나는 두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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