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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Aug 08. 2024

중년의 철학: 인간-차원을 달리다 6

어둠이 짙어질수록 빛은 사그라들고 황혼의 기억조차 희미하게 저물어간다. 새벽녘 숲 속의 안개처럼 아침 햇살이 다시 주위를 감싸기 전까지 어둠을 홀로 이겨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살다 보면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잃기도 하며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 댈 수도 있다. 그러나 삶을 속이는 것은 어둠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 숨어 있는 자신 안의 부정적인 감정들이다. 넘어져 일어나기 힘들 때는 차라리 눈을 감는다. 시간이 흐르면 언제나 새로운 아침이 온다.

 

빛은 언제나 주변을 채우고 있고 함께 있어 밤이 길어지더라도 아침이 오지 않을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구 내의 모든 생명을 지탱하는 에너지는 본질적으로 태양 빛에서 나온다. 항상 가장 빠른 직진만을 고집하는 빛의 특성은 생명의 본질과도 관련이 있다. 


VI. 빛의 본질과 진화


전한 시대 이전의 중국 고대 사상을 백과 사전식으로 정리한 회남자(淮南子)에서는 빛이 세 가지로 구분된다고 했다. 빛의 삼원색은 빨강, 초록, 청색이고 3가지 색이 합해지면 흰색이 된다. 빛의 3 원색이 각각 합치면  색의 3원 색인 노랑, 청록, 자홍색이 된다. 즉 색의 3 원색은 빛의 2차 색에 해당된다. 


빛은 색이 없지만 지구의 모든 만물의 색은 그 물체가 반사하는 빛의 색이다. 나뭇잎이 녹색인 것은 다른 색의 빛은 흡수하거나 투과시키는 반면 녹색을 주로 반사하기 때문이다. 자기의 색을 반사함으로 사물은 스스로 색깔을 갖는다. 


인간의 색은 무엇일까. 눈과 뇌가 인식하는 색이 진정한 사물의 모습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환경에 따라 변하는 카멜레온처럼 한 인간의 색깔 또한 무수히 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질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생명은 끊임없이 생존을 위해 진화한다. 대략 25억 년 전 지국 대기 중 산소가 급격히 증가했던(great oxidation event) 기간에 기존의 무산소 박테리아들은 대부분 멸종했다. 그러나 산소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진핵 생물은 번영의 시기를 맞았다. 세포 속 작은 공장으로 공존을 선택한 미토콘드리아처럼 세포 간의 결합과 화합은 생명에게 전혀 다른 속성을 부여한다.


생존을 향한 인간의 진화에 빛의 역할은 신체보다는 정신과 문화에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고대 신화에서 신의 세계는 찬란한 빛의 영광으로 묘사된 세계다. 사후 불멸을 꿈꾸었던 고대 이집트에서, 세상의 멸망과 재림을 예측하고 싶었던 마야에서, 그리고 세상 그 어떤 문명에서도 신의 이름과 모습은 전혀 달랐지만 빛은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핵심이었다.


도쿄 및 성리학을 포함한 중국 철학에서 우주의 근원은 음과 양으로 구성된다. 음양이 합해 세상 만물을 만들고 쇠퇴시기는 우주는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입자와 반입자로 구성된 세상일 것이다. 빛은 양이요, 어둠은 음이다.


우리 인간은 빛의 자손이다. 빛의 세상에서 살아가고 죽음 후에도 빛을 향하는 영생을 꿈꾼다. 


빛의 근원은 어디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하게 전자의 이동으로 인한 에너지 방출의 형태에 불과한 빛이 왜 속도의 한계와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것일까.


어쩌면 근본이 다른 차원에 기반하고 있어 3차원 우주에 사는 인간에게는 플라톤의 동굴 속 우화(Plato's Cave)처럼 실체가 아닌 그림자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관측자에 반응해 광자(photon)와 파동(wave) 사이를 오가는 빛은 수줍은 아이처럼 모습을 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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