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1일 일기
여전히 나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겠다.
호스피스에서는 엄마를 재우기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섬망이 심해지는 것도 진통제 때문인 것 같은데, 의사 선생님은 진통제를 줄인 순 없다고 했다.
오히려 섬망에 꿀꺽 삼켜져 허우적거리는 엄마는 진정제를 맞는 빈도수를 늘렸다.
그럼에도 진정제와 수면제가 약효가 거의 없다.
엄마는 밤중에 혼자서 침대를 벗어나려다 침대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난간도 올라가 있고, 이불을 말아 나가지 못하도록 막아두었는데,
옆으로 뒤집기를 하면서 난간 위로 떨어진 것 같다.
선잠을 자는 중에, 쿵하는 소리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겠다. 미안함도 컸다.
내가 깊은 잠을 자서 엄마가 낙상한 것 같다.
다행히, 겉으로는 다친 데가 없어서 잘 관찰하기로 했다.
낙상한 이후로는 엄마가 힘이 빠지는 모양이다.
무의식 중에서도 침대 바깥으로 나가 걸으려고 하고 심지어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를 꺼내 먹은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시도만 보인다.
아빠는 엄마가 호스피스에 왔을 때부터 줄곧 이야기했던 "집에 가고 싶다"는 소원을 무조건 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현재 상태로서는 집에 절대 갈 수 없다. 집에 가도 엄마는 집이라는 공간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며, 집에서는 마약성 진통제 주사도, 진정제도 없다.
그럼에도, 집에 가야할 지 고민이 들었다.
2024년 6월 2일 일기
엄마의 동생인 외삼촌이 면회를 왔다.
외삼촌도 암말기셨던 외할머니를 곁에서 보살폈던 지라, 나보다 더 능숙하게 엄마를 돌보셨다.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마사지도 해주시고, 잠에 취해있는 엄마를 일부러 휠체어에 태워 바깥바람도 쐬어주었다.
"외삼촌, 엄마를 집에 데려가야 할까요? 가면 고통에 매우 힘들어하시겠죠?"
"외할머니도 항상 집에 가고 싶어 하셨어. 집에 데려가면 좋긴 하겠다. 너가 더 힘들어질테지만.
호스피스는 무조건 진통제를 주고, 수면제를 줘서 재우려는 경향이 있는 것같아. 진통제에 취해서 일어나질 못하네."
"외삼촌, 정답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외삼촌 말대로 행할게요. 호스피스에서 나가야할까요.?"
"..."
외삼촌의 면회를 마치고, 나는 결심했다.
집은 못가더라도 집과 가까운 병원으로 옮기기로.
엄마가 사랑하는 아빠 얼굴을 하루라도 더 볼 수 있도록 하고,
진통제와 진정제 수면제의 늪에서 조금 떨어져 섬망이 아닌 엄마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