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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무리 Apr 11. 2021

믿음

나는 당신의 안녕을 바랍니다


지난 연휴 넷플릭스 화제의 드라마 '스위트홈'을 정주행 했다. 이틀에 걸쳐 시즌 1 정주행 완료. 오랜만에 몰입해서 본 드라마여서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믿음'이라는 단어였다.


좀비와 유사한 '괴물'로 변해가고 있는 중인 주인공 '현수'를 중심으로 드라마의 인물은 '사람' 그리고 '괴물'로 나뉜다. 가장 흥미로운 설정은 괴물이 되는 이유가 단순히 좀비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이 아닌 사람의 '욕망'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람과 괴물이 함께 가지고 있는 '서로를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이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람을 헤치지 않는 괴물이 있다는 믿음', 괴물이 가지고 있는 '나는 괴물이 되어 가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이 두 가지 믿음이 끊임없이 서로를 살리기도 하고 위험에 빠트리기도 한다.   




“사람을 해지지 않는 괴물도 있어요."


실제로 드라마 속 이 대사는 주인공 '현수'를 연기한 배우 송강이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로 꼽기도 했다. 어차피 세상은 괴물로 가득 차가는 종말에 가까운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언제 괴물이 될지도 모르고, 살기 위해 버티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상황임에도 사람들은 서로를 믿고 싶어 한다. 괴물로 변해가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끝내 놓지 못한다.


종말에 가까운 세상에서도 왜 우리는 서로를 믿고 싶어 하는 걸까?





지난 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 공동체와 연대가 중요한 시간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감염의 원인이 될지 모를 전염병 때문에 손을 잡는 것도, 마주 앉아 밥을 먹는 것도 제한되었다. 개인의 자유는 많은 부분 억제되었지만 함께 감수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 속에 고통이나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감수하며 하루하루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고통을 감수하기 위해서는 믿음이 필수적이다. 일상을 잃어가는 고통, 일상의 아주 사소한 자유가 억압을 받는 상황 속에서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믿음이 필요했다.  우리는 서로의 안녕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을 믿고 싶었다. 이 상황이 나아지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 가끔은 허탈하고 분노하게 만드는 뉴스들로 마음이 산란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믿고 싶었다. 믿어야만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었다.

 

나는 너의 안녕을 빌어. 

나는 너를 믿어. 너는 나를. 

우리는 서로를 해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반드시 일상을 되찾을 거야.



그렇게 맞이한 2021년 새해.

여전히 믿음이 유효하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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