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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무리 Jun 13. 2021

'어린이라는 세계'를 만나는 기쁨

손쉬운 절망, 가차 없는 희망



언제나 절망이 더 쉽다. 절망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얻을 수 있고, 무엇을 맡겨도 기꺼이 받아 준다. 희망은 그 반대다. 갖기로 마음먹는 순간부터 요구하는 것이 많다. 바라는 게 있으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외면하면 안 된다고, 심지어 절망할 각오도 해야 한다고 우리를 혼낸다. 희망은 늘 절망보다 가차 없다. 그래서 우리를 걷게 한다.


-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중에서.





 책을 출간하고 반디앤루니스와 인터뷰를 했었는데, 바로 다음 인터뷰를  작가님이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작가님이었다. 인터뷰가 인상   읽어봐야지, 했는데 이제야 책을 읽게 되었다. 읽는 내내 작가님의 따뜻한 글에서는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도 하고,  누구보다 단호한 목소리에는 마음이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남의 집 어른'이라는 제목의 챕터를 읽으면서는 그동안 내 마음속 갑갑함이 사라지는 해방감을 느꼈다. 조카가 태어나고 확장된 세계와 어린이에 대한 애틋함이 '남의 집 어른'이라는 단어로 정리가 되었다. 부모도, 이모도 물론 좋지만, 나는 어린이들에게 다정한 '남의 집 어른'이 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인상 깊고 마음에 남는 문장이 너무 많아 늘어가던 인덱스들.



41P
어린이는 좋아 보이는 것을 따라 하니까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이 과정이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다.


87P
첫 수업 때 나는 어린이에게 '선생님이 모를 것 같은 나에 대한 다섯 가지 사실'을 말해 달라고 한다.


91P
우리가 살아가면서 매 순간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간다고 할 때, '다양하다'는 사실상 '무한하다'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메리 올리버의 문장들이 떠오른다. "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그러면서도 우주는 활기차고 사무적이다." (<완벽한 날들> 중에서)


103P
"아니, 선생님이 어렸을 때는 네 식구가 방이 한 개인 집에서 살았어. 나중에는 혼자서 방이 한 개인 집에서 산 적도 있고. 그런 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거야. 글도 비슷해. 한 단락으로 쓰더라도 내용이 잘 정리되면 좋은 글이 돼."





책을 읽으며 내내 생각했다. 훌륭한 어른이 될 자신은 없지만, 손쉬운 절망보다 가차 없는 희망을 선택하고 계속 걸어 나가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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