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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은 Apr 24. 2021

코로나19 백신과 마스크, 공존의 시간

얼마 전, 남편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접종 후 며칠 동안은 열이 조금씩 오르락내리락했다. 현재까지 보고되고 있는 백신 부작용 매우 희귀한 확률로 일어난다고 하지만, 막상 내 가족이 백신을 맞고 나니 마음이 꽤나 신산해지곤 했다. 무탈을 기도하며 그의 따끈한 이마를 짚는 순간, 감염병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이 더욱 피부에 와 닿았다.


아이들은 아빠가 코로나19 백신을 맞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백신 주사를 맞는 것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말했다. 주사를 유독 무서워하는 큰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난 이제 어차피 마스크 쓰는 게 익숙해져서 백신 안 맞아도 돼." 둘째 아이는 조금 다른 의견이었다. "난 눈 질끈 감고 백신 맞고 나서 마스크 벗고 다니고 싶어." 어린이는 아직 백신을 못 맞는다는 사실과 백신을 맞은 후에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더니, 두 아이의 표정이 엇갈렸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아직 우리의 일상은 마스크와 함께 한다. 지난해와 달리 매일 학교에 가는 큰 아이는 방과 후 수업과 학원까지, 바삐 다닌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에서 뛰어놀다가 집에 오곤 한다. 어느 날 큰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 마치 구레나룻처럼 양쪽 귀밑 볼 까매져 있었다. 밖에서 뛰놀다 햇볕에 그을리다 보니 마스크로는 가려지지 않은 옆얼굴만 새까맣게 탄 것이다. 아이의 피부 위에 선명해진 마스크 줄 자국을 보고 있자 헛웃음이 나왔다. 아직 4월밖에 안 됐는데 여름에는 어쩌나.


둘째 아이는 유치원 친구들의 얼굴을 온전히 모른다고 말했다. "어차피, 마스크 쓰기 때문에 친구들 코랑 입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  6년 의 짧은 인생 중 1/4 가까운 시간을 코로나19와 함께 해온 아이는 이제 마스크와 함께 하는 일상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나 보다.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살아가는 코로나19 시대의 아이들에게 타인이란, 사회란, 관계란 어떤 의미일까? 상상조차 어렵다.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을 알고 언젠가 그때로 돌아갈 것이라 믿는 어른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전제 자체가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찔하다.


요즘 부쩍 아이들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없어지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이전에 자주 다니던 여행을 많이 하고, 수영을 실컷 하며, 놀이공원에 가자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예전에 여행 갔던 사진, 물놀이하던 사진,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던 사진을 찾아본다. 그럴 때마다 둘째 아이는 말한다. "와 이때는 마스크 안 썼네? 정말 좋았겠다." 나도 그때가 너무 그립고 좋았기에, 더 보탤 말이 없다.


코로나19와 백신과 마스크. 지칠 대로 지친 우리의 이 순간들을 하나하나 기록한다. 언젠가 이 모든 일들이 기억으로만 남았을 때,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매 순간 깨닫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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