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현재, 나는 직장생활 16년 9개월 차의 사회인이다. 그 사이에 3번의 사표를 냈고, 3번의 재취업을 했다. 모두 다 다른 이유에서 낸 사표였고, 모두 다 다른 경로로 다시 직장을 얻었다.
밥벌이의 터전, 하루 3분의 1이란 시간을 보내는 곳, 내 인생의 이력을 기록해가는 곳인 직장. 이렇게 중요한 직장을 옮긴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일 터다.
그럼에도 이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상당히 높다. 오늘날 이직이 노동 시장에서 개인의 가치를 높이는 하나의 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주기로 연봉 점프를 하면서 몸값을 높이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 되는 시대다.
하지만 나의 경우, 현재까지 이직 또는 재취업의 동기가 나의 시장 가치를 높이는 데에 집중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간 3번의 이직을 하면서 매번 이직 사유, 입사 경로, 노동의 형태 등이 모두 조금씩 달랐다.
첫번째 이직은 육아 문제로 퇴사 후, 수입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재택 근무가 가능한 일자리를 모색했다. 두번째는 코로나19로 남편의 직장 상황이 나빠졌을 때는 수입을 높이기 위해 풀타임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이사까지 가는 모험을 감수했다. 세번째인 지금은 일과 생활의 양립을 위해 단축근무를 선택하고 연봉을 타협했다.
3번의 사표를 내고 이직 또는 재취업을 결심했던 가장 현실적인 이유가 무엇이었나 고심해본다. 나는 그 답을 ‘최적화’에서 찾는다. 이직을 위한 기준이 오롯이 나 자신의 커리어를 ‘빌드업’하기 위한 데에만 있을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기혼 유자녀 여성으로서 그런 선택만 하면서 살 수는 없었다.
최적화란 완벽한 답을 추구하기보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주어진 조건 속에서 균형 잡힌 답을 찾는 것이었다.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조건들 사이에 불균형의 순간이 오면 누구나 변화를 꾀하게 된다.
지금 나에게 새롭게 중요해지는 것을 추구하면서 내 삶의 우선순위를 재배치하는 것, 최적화. 그것이 내 동기였고 이유였다. 그렇게 스스로 정한 가치 아래 최적화를 꾀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형태를 달리 바꾸어 가며 꾸준히 일을 놓치지 않은 채 살 수 있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시간은 점점 더 길어진다. 우리에게 사표와 재취업의 기회는 더욱 더 많이 찾아올 것이다. 나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이직의 계기,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 다양한 노동의 방식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루어 가기 위한 삶의 모델이 늘어나고, 다른 형태의 노동을 하는 것에 대한 관용이 높아지면 좋겠다. 각자 저마다 삶의 최적화를 이룰 수 있도록, 더 많은 선택지가 생길 수 있기를 꿈꾼다. 경쟁, 몸값, 성공이라는 키워드보다 균형, 최적화, 성취라는 키워드들이 더욱 중시되기를 기대한다. 노동하는 개인을 시장가치로만 논하는 사회를 넘어선 세상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