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8년 여간의 여정
우리 부부는 2017년 1월 말에 독일에 입성했다. 당시 만 30세였던 우리 부부는 워킹홀리데이비자 나이 제한의 끝자락에 있었고 그 때문에 기대하지 않았지만 워홀 비자를 받게 되어 독일로 오게 되었다. 첫 3개월은 뮌헨 근교인 노이비베르크에 있는 에어비엔비에 묵었는데 집주인이 흔쾌히 거주 신고를 허락해주어서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고 그래서 집을 구할 수가 있었다. 독일어를 아예 몰랐던 우리는 첫 두 달 동안 집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뮌헨이라는 지역을 포기하고 뉘른베르크로 시야를 넓혔더니 운이 좋게도 방금 레노베이션을 마친, 게다가 바닥 난방인 지금의 집을 구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1년을 거주하고 중간에 프리랜서 비자를 신청해서 대기 시간을 1년 보내고 마침내 정식 거주 허가를 또 1년 받고, 2년을 연장하고, 또 2년을 연장하고, 그리고 영주권 신청을 하고 1년 반을 또 기다리서 드디어 받았다. 총 8년 4~5개월 정도 걸린 듯하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2020년에 첫째 아이를 품에 안았고, 또 2023년에 둘째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한국의 가족들, 친구들, 그 외에 수많은 관계에서 지친 상태였고, 남편을 만나 조금은 사람들 관계 속에서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는데, 그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운 나라에서 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아이를 많이 낳고 싶었는데, 한국에서는 그럴 자신이 없었다. 관계에 너무 몰입되어 있는 분위기이고 거기에 휩쓸리던 나는 그게 아이들에게도 영향이 갈 것 같았다. 경쟁 속에서 지친 내가 아이들에게 경쟁을 부추기고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선택한 나라가 독일이다. 자본주의가 기반이지만 사회주의적으로 더 많이 나누려고 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한국보다는 돈에 대해 덜 치이는 분위기이다. 사람들이 어떤 브랜드를 사서 걸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분위기이다. 물론 아예 그런 낌새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한국처럼 그걸 대놓고 드러내 보이지는 않는다. 나는 모두가 같은 가치의 물건을 갖고 있고 좋은 것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그런 압박이 있는 분위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특히 가족 내에서 그런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 속에 있을 때는 온전히 눈치 채진 못했지만 원가족과 이별하고 나니 좀 더 객관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나에게는 나만의 가치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이 있고, 그를 대하는 태도가 있다. 배우자를 고를 때도 가족의 가치와 나의 가치가 상당히 충돌했던 것 같다. 나는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회사를 다니는 배우자를 필요로 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항상 그 자리에, 내 옆에 똑같은 가치관으로 있을 만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게 지금의 남편이라고 확신한다. 물론 외국에 살면서 내가 바라는 점이 있었기에 거기에 충족을 못한 점은 아직도 약간의 불만으로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 부분마저 인정해 주는 게 부부 아니겠는가?
완전히 독일에 정착하기 위한 최고 높은 장벽이자 첫 번째 단계를 넘은 지금 생각해 보니 내 자신이 바라는 나와 사람들이, 특히 가족들이 그리는 나 사이에 큰 차이가 있어 마음이 힘든 점이 있었던 것 같다. 결국 그게 내가 독일에 온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올 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은 그 이유 하나가 모든 걸 포괄하는 것 같다.
그래서 결론은 독일에 사는 게 난 만족스럽다. 우리 아이들이 다른 가족이나 친척들과 자주 만날 수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그런 우리 가족 외부의 것들은 부차적인 것 아니겠는가? 오히려 우리 가족의 일상이 훨씬 더 중요하다. 아이들이 매일 만나는 사람들, 친구들, 선생님들이 훨씬 더 중요하다. 지금 뉘른베르크에서의 생활도 그런 대로 만족하지만 이런 이유로 나는 독일에서의 두 번째 여정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그럴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의 생활 구역이 더 자유롭게 보장되는, 그러면서도 현재 예산에 맞는 더 넓은 지역으로 집을 구매해 이사하는 것이 바로 그 두 번째 여정을 이루는 대형 프로젝트다. 나는 30살 무렵에 더 나은 10년을 위해 독일로 건너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 아이들도 만나고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좀 더 성장할 수 있었다. 그 전보다 덜 힘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 단계 성장한 만큼 더 나아진 삶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또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내 40대를 위해 또 도전을 하려고 한다. 부디 이 선택이 우리 가족 전체에 더 나은 삶과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를 마음 깊이 바라면서, 내가 독일로 발을 내딛게 해준 마크 주커버그씨의 말을 다시 상기해 본다.
"The biggest risk of all is not taking any risk at all."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