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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이팔 Apr 18. 2021

[생각 11] 그래. 뭐든 네가 행복하면 됐다.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

사람은 변하지 않지만, 변하는 동물이다. 나는 줄곧 그렇게 믿으며 지내왔다.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람이 변하고, 변할 것이라 믿었던 사람이 변하지 않았던 짧은 경험을 지나오며 내린 결론이었다. 그리고 사람에는 친구라는 관계도 포함된다. 오늘 친구라는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랜선 만남을 가졌다. 강산이 3번 변하는 동안 친구들도 참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줄곧 음악을 하겠다며 계속 노래를 부르던 친구는 어느새 노래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고, 계속 일하지 않고 놀 것이라며 배짱이 팔자를 부르짖던 친구는 요즘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개미처럼 일하고 있다. 또한 처음부터 한 길만 팠던 친구는 그 분야에서 최고로 불리는 대기업에 당당히 취직했고, 이 길은 나와 맞지 않는다며 고민하던 친구는 석사를 넘어 아직도 그 길 어딘가를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다. 



어색하게 첫인사를 했던 같은 반 혹은 친구의 친구로 소개받던 인연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역사 또한 판이하다. 저 친구와는 지나가는 인연이겠구나 싶었던 친구는 10년이 넘도록 연락을 잘하지만, 10년 만에 만난 후 청첩장을 주어도 반가웠던 옛 친구는 결혼식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그나마 공통적인 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을 때 반응뿐인 듯하다.



핸드폰 너머로 연락을 주고받는 게 익숙한 날이 오고야 말았다. 이제는 오디오가 겹치든 말든 안부부터 묻기 바쁘다. 그리고 서로 알고 있던 정보가 그대로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계속 이루어진다. 여전히 그 직장동료는 얄밉게 구는지, 상사가 아직도 라떼를 외치며 회식을 좋아하는지, 그때 썸을 탔던 사람과 계속 만나고 있는지 등등 아주 사소하고 긴밀한 얘기를 하염없이 풀어낸다. 



조금 더 만남이 무르익으면 각자 다른 방향을 보며 사는 이야기를 한다. 어떤 친구는 드라마에, 어떤 친구는 책과 뮤지컬에, 어떤 친구는 애인에 열광한다. 각자 왜 그렇게 사냐며 그게 재미있냐며 질책을 늘어놓아도 그때 뿐이다. 다시 '그래! 뭐든 네가 행복하면 됐다.'로 끝난다. 그리고 또 10년 뒤에 친구들을 만나면 '넌 왜 그렇게 사냐? 안 지겹냐?'라고 늘어놓다가 '니가 행복하면 됐다!'로 끝나겠지. 그래. 사람은 변하던 변하지 않던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면서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다. 



오늘도 반가웠던 사람들아. 우리는 이제 매일 행복으로 가득 찬 삶일 순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우리가 걷는 모든 걸음마다 행복하길 바란다. 제발 술 좀 그만 마시고, 건강하게 같이 오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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