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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이팔 Apr 28. 2021

[생각 16] 나는 어떤 MBTI 성향인가요?

알파벳에 현혹되지 말지어다.

작년, 이 맘때쯤 한국에는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점차 줄어들어 하루 10명 이하의 확진자가 나왔었다. 하루 확진자 10명 이하라니. 지금은 참 꿈같은 숫자이다. 그 후 5월 이태원 발발 코로나 2차 대유행은 걷잡을 수 없이 퍼졌고, 또 다른 혼란과 어려움을 불러왔다. 그때만 해도 이번 2차 대유행만 지나면 잠잠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매우 큰 오산이었다. 



팔벌려뛰기하는데 끝자리 외치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해도 누가 자꾸 마지막 숫자를 크게 꼭 외치는 사람이 있다. 지금 그 릴레이를 몇 번째 이어서 하는 기분이어서 기진맥진 맥빠지기 일보 직전이다. 의료진분들과 아이들은 이게 웬 고생인지. 꼭 이 시국에도 유흥은 즐겨야겠다며, 이제 백신 맞아서 괜찮다며 방역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들 덕분에 확진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요즘 다시 하루 확진자가 700명 이상 나오는 걸 보면, 올해 대부분의 사람이 백신을 맞은 후에도 집단면역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릴지 모른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그리고 이맘때 즈음 또 하나의 유행이 퍼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MBTI가 급속도로 퍼지며 나는 무슨 유형일까? 나와 같은 사람들 모여라! 하는 MZ세대의 움직임이 보였다. 나는 이미 2017년 4월에 지인들과 MBTI 전문 강사분을 초대해 유료로 검사를 받아본 적이 있기에 떠오른 유행이 조금은 반가웠다. 



4년 전에 이미 검사를 한 선견지명 대체 무엇



옛날 자료를 뒤적거려 찾아본 결과 나는 완전히 한쪽으로 치우친 ESTJ였다. 그걸 찾아보는 것까지는 반갑고 즐거웠는데, 어느 순간 너는 E니까 밖에서 에너지를 얻는 편이야! 라며 성격을 단정 지어 나를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참 애매한 것이 나는 E(외향성)가 맞긴 하는데, 집 밖에 나가기 자체를 싫어하는 집순이라는 걸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다. 나는 3주 정도 집 밖에 나가지 않았던 기록이 있는 사람이다. 제일 행복했다.



집 밖에 나가면 개고생이다.



그래서일까. 장난으로 재미있자고 시작했던 MBTI였을 뿐인데, 사람들이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자꾸 맞다고 얘기할 때마다 '이 결과가 정말 정확한가?'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때 당시에도 MBTI 강사님이 환경이나 주변의 변화에 따라 검사 결과가 그때그때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얘기하셨다. 



사람이 어떻게 대쪽같이 16가지 성향으로 나뉠 수 있겠는가. 생년월일과 시, 한자까지 모두 보는 사주는 경우의 수가 더 많아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고작 16가지 경우의 수를 믿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그리고 팔랑귀인 나도 아직 그놈의 MBTI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는 내가 E(외향성)가 아닌 I(내향성)라는 걸 증명해 보이려, 다시 요즘 무료로 하는 MBTI 검사를 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도 E는 변하지 않았고, 되려 결과가 ENFJ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오 마이 갓.



도대체 이 둘의 차이는 뭘까? 한참 인터넷을 뒤져봤다. 성향, 특징부터 이것저것 검색해본 결과 몇 가지 공통점이 보였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ESTJ나 ENFJ라고 결과가 나왔던 나의 제일 큰 특징은



내가 주도하거나 나만의 페이스로 달리는 걸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둘 다 외향형에 리더십이 있는 성격으로 나오지 않을까? 어디를 가든 어영부영 일 처리가 진행되면 답답해서 내가 나서서 하는 스타일인지라 일복이 터졌구나 싶을 때도 많다. 그래도 일을 잘 마무리 짓지 못하거나 얼레벌레 끝날 바에는 확실히 마무리하는 게 좋지 않은가. (이것 또한 나만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나같이 주도적이거나 약간 나쁘게 말하면 독단적인 성격이 둘 이상 모이면 꽤 골치 아픈 경우도 있을 거다. 그래서 혼자 일하는 걸 선호하는지도 모른다. 또한 혼자 일했을 때 결과가 좋은 적이 더 많았으니까 그럴 수도 있다.



생각해보니 대학 다닐 때는 조별 과제에 몇 번 크게 데어서 학점이 뚝뚝 무너지자, 4학년 즈음에는 아예 교수님께서 정해주신 조별 인원이 모이자마자 대놓고 얘기했던 것 같다. "제가 조별 과제 발표하겠습니다. 오늘 조별 과제 자료 정리 마감 날짜, PPT 만드는 날짜 모두 정하고 정해진 기간 안에 각자 할 일 하고, 깔끔하게 점수 잘 받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요?" 워딩이 세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말을 조원들이 좋게 받아들여 주었고, 운 좋게 모인 사람들 모두가 조별 활동에 매우 적극적이어서 조별 과제 또한 수월했다. 다행히 결과도 A+이었다.



이렇게 수많은 경험이 한 곳을 가리키는데 인제야 깨달은 게 바보 같을 정도였다. 내가 선택한 전공이나 하는 일, 글을 쓸 때를 보면, 나는 나만의 페이스나 주도하는 것들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 하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 나는 데드라인만 정해주면 알아서 잘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프리랜서 형식으로 인센티브를 얻는 직종에 강하기도 하다. 반대로 말하며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수입원이 뚝뚝 떨어진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몸은 편히 쉬고 싶은데 성격이 그렇지 못한 걸 어쩌누.



게다가 요즘은 책보다는 유튜브나 인강 등 영상매체로 정보를 습득하는 게 더 익숙한 사람이 많을 텐데, 나는 아직도 유튜브나 동영상보다는 블로그 글이나 책을 통해서 정보 습득을 하는 걸 선호한다. 내가 궁금해하는 부분만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그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천천히 읽을 수 있도록 속도 조절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영상은 일정한 속도가 있는 데다가 유튜버 중 제목으로 현혹하고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는 분들을 몇 번 겪고 나니, 오히려 친절한 불편함으로 다가와 개인적으로는 시간 낭비를 하는 기분일 때가 많았다.



혼자 일하는 걸 즐기고, 아직도 책과 활자를 통해 정보 습득하는 걸 좋아하며, 아이패드로 유튜브가 아닌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 나는 약간은 고집스러운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도 어떠한가. ESTJ이건 ENFJ이건 나는 난데. 알파벳 몇 개에 너무 현혹되지 말고 MBTI는 그저 재미로 즐겨보자. 우선 나부터 좀 벗어나고 싶다. 그리고 진짜 본인이 이 몸으로 마음으로 내는 시그널을 잘 들어보자. 알파벳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자신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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