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 활자를 찍어 누릅니다.
예정되어있던 마감이자 큰 숙제가 하나 해결되었다. 아직 대학교 과제처럼 줄줄이 다른 마감이 이어져 있지만, 그래도 한고비를 넘겨 쌉싸름한 기분이 맴돈다. 이번에도 역시 비슷한 감상이었다. 소설 끝에 마침표를 찍은 뒤, 아이들이 내 손을 떠날 때마다 '아. 난 이리도 모자란 사람이구나.'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2만 자 혹은 3만 자가 훌쩍 넘는 글을 훌렁훌렁 만들어 놓은 다음, 한 달이 지나 다시 살펴보면 참으로 못난 글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한 달 전의 나에게 기어코 한소리를 내뱉는다. 너어어어는 이거밖에 못 쓰고 만족이 되디? 아이고 답답해. 분명 한 달 전만 해도 됐다! 이번에는 좀 괜찮은 거 같은데? 했으면서.
하루 단위로 내 삶을 놓고 보면 참으로 무료하고 굴곡 없는 삶처럼 보이는데, 막상 한 달이나 일 년 단위로 놓고 보면 (쑥스럽게도 아주 조금) 성장해있는 나를 발견한다. 동시에 과거의 내가 만들어 놓은 아이들을 보며 만족했던 나 자신에 부끄러워진다. 앞으로 이 과정을 하염없이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이 과연 기쁨일까 참담함일까. 아직은 참담함 10 기쁨 90이라 칭하고 싶다. 그만큼 새로이 배울 게, 보고 느낄 수 있는 게 더 많이 남아있다는 거니까. 참담함 10은 왜 진작에 글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이제는 소용없는 후회 정도겠지.
여러 번 나 자신을 담금질하는 게 내게 주어진 삶이라 해도,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단단해진 모습으로 어디든 문을 캉캉 두드릴 좋은 도구가 되리라 믿는다. 그저 담금질이 조금은 덜 아프길 바라는 욕심이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평생 듣지 않던 재즈 음악과 가사 없는 음악을 유튜브에서 반복해서 듣고 있다. 누군가 음악은 국가가 허락한 마약이라더니. 말 하나 기똥차게 지었다. 거기에 상큼하고 시원한 가향홍차 하나 곁들이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담금질이야 몇 번 더 해보지 뭐 하하하. 하는 용기도 잠시 옆에서 음악을 듣다 갈 정도이니 말 다 했지 뭐. 이제 담금질 약 70년 정도 더 남았다. ^0^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다시 돌아와 편하게 쓸 수 있는 브런치가 있어서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여러분도 오늘의 담금질이 많이 아프시진 않으셨길 바랍니다. 그리고 내일, 모레, 한 달 뒤에는 더 단단해질 우리를 바라봅니다. 내일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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