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내가 시간을 쫓는 날들
글을 안 쓴 지가 꽤 됐다.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내 속내를 기록하는 건 인생을 되돌아보는 좋은 흔적이었는데.
요즘 내 인생은 나 조차도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고3 때처럼 굉장히 무미건조하게 살고 있다. 그땐 치열하기라도 했지, 지금이 더 건조하게 느껴진다.
웃을 일도 울 일도 없는 게 다행인지 슬퍼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런 동요 없이 기계마냥 살아간다.
눈을 뜨고 양치를 하고 옷을 입고 일을 하고 집에 오고 샤워를 하고. 거기에 요즘 뭘 배우러 다니러 꽤나 애를 쓰는 바람에 학원에 가는 루틴이 하나 더 생겼다. (이러면 좀 삶이 풍요로워질까 싶어 등록한 것인데 딱히 풍요롭진 않고 뿌듯함이 남는 정도인 것 같다)
어쨌든. 참 무미건조하지만. 신기한 건 살아진다는 거다.
매일 밥을 먹고 잠을 자니 어떻게든 살아지긴 한다.
다만 지난 주말에 확연히 느꼈던 건.
내가 살기 위해 시간을 보내는 건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사는 건지 모르겠다는 거다.
그 사실에 참 어이가 없었다.
바쁘다. 바쁘다. 노래를 하는데도, 회사를 벗어나면 전혀 바쁘지 않다.
그래서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그 자체로 피로가 쌓인다. 참 피곤하다 삶이.
그래도 그 '어떻게'라는 고민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회가 닿는 한 뭐라도 내 시간에 때려 넣으려고 노력한다.
그 덕에 그림 세 점을 그렸고 작은 주머니 하나를 만들었으며 돈도 몇 푼 더 벌었다.
여전히 난 '나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 알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은 방법을 몰라 우선 내게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저것 참 잡다한 편인 것 같다.
한때 바닥을 쳤던 자존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를 쓰는 내 자신이 참 애석하기까지.
이렇게 하다 보면 시간이 날 쫓는 때가 오는 건지, 그럼 내 삶이 좀 사랑스러워지는 건지, 행복한 삶이 되는 건지.
이젠 '행복'이란 감정이 좀 두렵다. 어떠한 감정도 두려워서 모든 걸 배제하는 것 같다.
어느새 그런 태도를 갖게 됐다. 그래서 참 건조해졌다. 모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