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길 참 잘했다
세련된 곳도 아닌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드나드는 곳. 하지만 이곳이 처음 생겼을 때 난 여길 꽤나 자주 들락였다. 여기서 자소서도 쓰고, 관심 없는 따분한 이야기도 듣고, 네가 잘했니 못 했니 잘잘못을 따지며 고군분투도 하고, 시험 기간에는 이곳의 민트 초코가 먹고 싶어 500원짜리 9개를 들고선 테이크아웃해가기도 했다. 그 당시 사장님은 단골인 나를 기억했었는데, 간만에 와보니 나를 전혀 모르는 듯하다. 그 당시의 난 참 어렸고, 지금의 나랑은 굉장히 달랐으니. 하지만 사장님의 목소리는 너무나 그대로고 밝은 웃음소리마저 변한 게 없다.
지난 2월에 이사를 했으니 근 4개월 만에 이 동네를 왔다. 전혀 낯설지가 않다. 너무 포근하고 너무나 우리 동네 같고 어느 여름밤 집 앞에 나온 기분이 든다. 이사 간 그곳이 줄 수 없는 포근함이 여기엔 남아있었다. 곳곳에 추억이 많지만 오늘은 이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 커피가 몹시 부드럽고 고소하다. 어릴 땐 몰랐는데 지금 마셔보니 여긴 커피 맛집이었다.
이 글을 다 쓰면 다시 그 낯선 동네로 갈 예정이다. 벌써부터 시원섭섭하다. 이곳에 붙인 정이 상당했나 보다. 그 짧은 사이에 변한 것도 많고 그대로인 것도 많은데 언제나 지금의 모습이 좋다. 다만 내가 살았던 두 건물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를. 기분이 꽉 찬 기분이다. 입꼬리가 내려가질 않는다. 홈홈스윗홈이란 표현이 딱 적절한 순간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똑 떨어지지 않는 고민이 생겨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동네가 내게 좋은 기운을 주길! 이곳에 살며 꽤 좋은 선택들을 잘 해왔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