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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 Aug 18. 2023

프롤로그-이건 작법서도 아니고 작가의 경험담도 아닙니다

될지 말지도 모르는 습작 일기에 가까울 겁니다, 아마.

추리 소설을 탐독한 지 어언 삼십여 년이 되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이 시절부터 읽어 왔던 것부터 포함해서 대충 계산하면 그렇다.) 그러니까 셜록 홈즈 시대로 시작하여 아가사 크리스티의 시대, 엘러리 퀸 시대를 거쳐 나는 지금 이것저것 재밌어 보이면 읽고 보는 추리소설 탐독의 시대를 만끽하고 있다.


어릴 때는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거나 서점에서 책을 봤다. 나름 책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내 기억에 우리 집에 내 책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한번 본 책을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요즘처럼 괜찮은 책, 새로 나온 책을 소개받기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때는 제목에 '추리', '탐정', '사건', '미스터리' 같은 단어가 들어가 있으면 읽었다. 재미로 읽었던 책들이 제법 많았다.


이제는 나름 전략적으로 추리 소설을 찾아 읽는다. 비정기적으로 서점 홈페이지에 들어가 새로 나온 책 중 장르 소설로 분류해서 추리 소설만을 골라낸다. 그중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거나, 제목이 흥미롭거나, 소개글이 눈에 들어오면 사서 읽는다. 서적 구독 플랫폼인 <리디북스>나 <YES24 크레마> 등도 구독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장르 소설 중 추리 소설을 골라서 읽는다. 종종 다른 블로그나 카페에서 소개되는 소설 제목도 기억하고 있다가 구입해서 읽는 편이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제법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며 적당히 많이 읽어왔다는 것이다. 아주 많이 읽었다고는 못하겠다. 추리 소설 마니아라든지, 광팬이라고도 못하겠다. 이 세상에 추리 소설이 총 100편이 있다면 아마 나는 이 중 30여 편을 읽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다.(이 세상에 추리소설 범주 안에 들어가는 소설이 얼마나 많은지 고려하면 30편도 못 읽었을 수도 있겠다) 다양한 국가들에서 추리 소설을 발간하는데도, 나는 주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영미 소설의 일부만 경우 읽은 정도다. 그러니 나는 그냥 추리 소설을 좋아하고 꾸준히 읽는 사람이라고 하자.



© kaitlynbaker, 출처 Unsplash



추리 소설이란 것을 좋아하다 보니, 역시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감상평과 추천을 서로 나누면서 열띤 토론을 하다가 급기야는 ‘우리가 한 번 추리 소설이란 것을 써보면 어떨까’라는 어마어마한 말이 나왔다.


무엇이든지 채우고 나면 언젠가는 흘러나오게 되는 법!.... 이라지만 읽는 것과 쓰는 것은 아주 별개의 활동이다. 수영과 뜨개질, 낚시와 우주공학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게 읽기와 쓰기라고 생각한다. 비유가 거칠었지만 읽기는 어떤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거라면, 쓰기는 세상에 없던 우주를 만들어내는 일이니 그만한 다름이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내가 ‘에이, 추리 소설을 어떻게 써’라면 웃어넘기지 못한 이유는, 내 꿈이 추리 소설 작가이기 때문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러니까 서점에 서서 셜록 홈즈 어린이문고를 읽었을 때부터, 도서관에서 <ㅇㅇㅇ살인 사건> 같은 책을 빌려 읽었을 때부터,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들을 존경하게 되었을 때부터 나는 꿈이 추리 소설 작가였다.


마침 다행히도 요즘은 쓰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써서 남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매체가 많아진 시대. (그걸로 인기를 얻거나 수익을 얻는 것은 또 다른 문제지만.) 뭐라도 써보는 게 누군가에게 해가 되는 것도 아닌데 어디 한 번 나도 써보면 어떨까 싶은 무모한 용기가 갑자기 샘솟았다. (아, 물론 디지털 자원이나 전기 에너지의 소소한 낭비가 될지도 모르겠다만...)


서언이 길어졌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추리 소설을 써보고 싶어졌다는 과감한 고백을 하기까지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별 거 아닌 각오를 구구절절 늘어놓은 걸 보니 이미 작가되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디 한 번 해볼까 싶다.


그런데 이쯤에서 밀려오는 궁금증.


추리 소설을 쓰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글쓰기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으나 일단 부딪쳐 본다. 그리고 그 과정을 적어나갈 계획이다.


그리하여 이 글은 소설이라고는 한 줄도 써본 적 없는 사람이, 그럼에도 '추리 소설'을 쓰기 위해 고뇌하고 방황하고 구르고 뛰고 얼렁뚱땅 뭔가 해보는 과정의 기록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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