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현 May 17. 2024

온양 민속박물관

오늘은 여고 총동창회에서 주관하는 문화탐방의 날이다. 마침 목요일이어서 우리 목은산 모임도 함께 참여하기로 한다.

행선지는 온양 민속박물관과 신정호수이다.

온양은 예전부터 온천으로 유명하여 40여 년 전 온천욕을 좋아하시던 내 시부모님께서 어린 손주들을 데리고  가족여행을 자주 가시던 곳이다. 그 당시에 온양온천 가까운 곳에 호수도 있고 민속 박물관도 있어서 들려 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추억의 옛 장소를 44년 만에 다시 한번 가 보게 되었다.


온양 민속박물관에 가기 전 박물관의 연혁을 살펴보니 1978년에 건립하였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 가족이 그곳에 갔을 때는 설립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동창회관 앞에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는 장소로 간다. 우리 목은산 모임에서는 모두 열네 명이 참가하였다.


시간이 되어 출발한 버스는 아카시아꽃으로 하얗게 뒤덮인 먼산들이 보이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안성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두 시간 만에 신정호수 주차장에 도착했다. 넓은 신정호에 도착하여 호숫가에 있는 선착장을 보니 예전에 이곳에서 가족이 뱃놀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뱃놀이하는 사람들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오래된 나무가 우거진 호수 둘레의 산책로는 꽤 길어서 한참이라도 걸을 수 있겠으나 주어진 시간이 30분 밖에 되지 않아서 일부만 걸어  보고 아쉬워하며 다시 버스에 올라 예약된 점심 식당으로 간다. 식당은 신정호 국민관광단지 안에 있는 대형 한식 식당으로 200명 가까운 우리 일행이 모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식당이다.

점심을 끝낸 후 다음 장소인 온양 민속박물관으로 향한다.

40여 년 전에 왔던 이곳이 그 당시에는 어땠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때 전시장 입구로 들어가는 길에 줄줄이 놓여있던 많은 맷돌들과 석물들이 인상적이었고 전시장 안에서는 옛날에 우리 조상들이 쓰던 가구나 생활용품들을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은 난다.

오늘은 오래됐지만 아주 새로운 민속박물관을 보게 된다. 입구에 커다란 한옥 대문이 우뚝 서있고 그 앞에서 박물관 관장이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며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김은경 관장은 이 박물관 설립자의 따님이고 또 우리 여고동창회의 동문이기도 하다. 관장은 아주 친절하고 상냥하게 우리를 안내하는데 본관으로 들어가는 길에서부터 박물관이 아주 새로워진 느낌이다. 우선 40여 년 전에 심었을 길 옆의 어린 나무들이 몰라보게 커져서 지금은 울창한 숲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 건물(김석철 건축가의 설계)의 본관의 로비에 들어가서 총 동창회장의 인사말과 박물관장의 환영사로 간단하게 공식행사를 마치고 박물관 투어를 시작한다. 본관에 주로 상설전시실들이 있고 별관인 구정아트센터에서는 특별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우선 본관 앞에서 참가자 전원이 모여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고 우리는 관장의 안내에 따라 정원부터 시작하여 야외박물관을 둘러보며 민속 유물인 너와집을 지나 구정아트센터로 들어간다.  구정아트센터는 설립자 구정 김원대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전시관으로 재일 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이 설계하였다고 한다. 거북선이 연상되도록 설계한 독특한 외관을 지닌 건물 안 미술관에서는 흥미로운 주제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박물관 안 수선집”, “야생 흙 견문록”, “무용과 유용 사이"라는 주제로 여러 명의 공예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눈에 뜨이는 것은 “박물관 안 수선집”이란 주제로 옛날부터 너무 오래 써서 낡고 닳고 해진 물건들을 다시 꿰매고 붙이고 갈고닦아 수선하여 새로운 물건, 아니 대대손손 물려가며 볼 수 있는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킨 전시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흔히 보았던 물건들이지만 이제 더 이상 쓰지 않고 거의 다 잊고 살았던 물건들을 달라진 모양으로 오랜만에 다시 보니 반갑고 감회가 새롭다.

감탄하며 기획전시실을 돌고 나오니 옆으로 실내장식이 산뜻한 카페 온양이 있고 그 앞 잔디밭 아래에는 자그마한 야외공연장의 무대와 벤치가 있다. 한 여름밤 이곳에서 야외공연을 보면 운치가 있을 것 같다.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탁자 위 유리 화병에 센스 있게 꽂힌 한 송이 작약꽃이 어찌나 예쁜지 모두들 그 꽃을 둘러싸고 감탄하며 사진을 찍겠다고 어쩔 줄 모른다. 이렇게 티 없이 아름다운 자연의 걸작을 볼 수 있음에 감사의 마음이 든다! 친구들의 예술작품 사진도 여럿 나올 것 같다.

실내에서 커다란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는 풍경도 아름답지만 커피 한잔을 들고 밖으로 나와 야외공연장 벤치에 앉으니 푸른 나무그늘 아래로 봄바람이 솔솔  불어와 여기가 낙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야외무대 뒤편에는 늦게  핀  철쭉꽃나무 한 그루가 서 있어  푸른 숲을 배경으로 진분홍색이 두드러진다.

제한된 기간에만 전시가 열리고 건물도 개방된다는  구정아트센터를 먼저 둘러보느라고 본관의 상설 전시실은 시간이 부족하여 오늘 전부 둘러보지 못했다. 다시 와 봐야겠다고 다음 기회를 기약하면서 아쉬운 마음으로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향한다. 지도를 보니 이 박물관이 전철 1호선 온양온천역에서 그리 멀지 않아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올 수 있겠다. 조선시대에 태조부터 여러 왕들이 즐겨 찾았다는 역사가 깊은 온양 온천이지만 온양 행궁터만 남아 있다고 한다.  온천 마을과 관련 있는 다른 역사적인 유적도 더 있을 터이니 온천 마을이라는 특색도  살려 문화관광을 더욱 다양하게 활성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오늘 온양민속박물관과 신정호를 산책하고 나서 잠시 들었다.


돌아오는 길은 교통체증으로 좀 지체되었지만 도중에 양재역에서 하차할 수 있어 비교적 일찍 귀가할 수 있었다.

오늘은 문화탐방이라고 해서 많이 걸은 것 같지 않았는데도 집에 오니 거의 팔천 보나 걸었다.


2024년 5월 9일

매거진의 이전글 봉산 편백나무숲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