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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자연생태공원

by 지현 Feb 0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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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몹시 춥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올겨울 들어서 제일 추운 날씨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실내에서 많이 걸어야지, 생각하며 찾아간 곳은 식물원이 있는 부천 자연생태공원이다.

이 공원은 삼 년 전에 한번 와 본 적이 있으나 그때는 여름철이어서 야외 정원인 무릉도원수목원과 수목원 주변 산 능선의 둘레길만 걸어 보고 실내식물원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7호선 까치울역 1번 출구에서 아홉 명이 모였다. 날씨가 무척 추워서 몇 명 안 올 줄 알았는데 모두들 두꺼운 오리털 코트에 털목도리로 칭칭 감고 완전  무장한 여전사들처럼 나타난다. 옷이 무거워 제대로 걸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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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출구로 올라가는 계단이 한없이 높다. 출구에서 나와서 직진하여 10분쯤 걸어가니 곧 부천 자연생태공원 입구가 보인다. 식물원이 공원 입구에 가까이 있어 반갑게 달려가지만 이걸 어쩌나? 식물원이 임시 휴원한다고 한다. 그것도 지난 11월부터 오는 4월까지 말이다. 작년 겨울에 서울 시내와 수도권에서 여러 군데 식물원의 온실을 찾아다니며 따뜻하게 걸었지만 이런 일이 없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공원에는 식물원 뒤편에 자연생태박물관도 있는데 이곳은 다행히 오늘 열려 있어 들어가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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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태박물관은 3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에서는 곤충과 양서류의 실물과 표본이 전시되어 있는 생태체험관, 그리고 하천생태관이 있어서 우리나라 하천에 사는 작은 민물고기들이 수족관에서 헤엄치고 있고 수생식물도 볼 수 있다. 2층은 나비의 표본과 곤충들을 볼 수 있는 곤충신비관과 공룡의 모형과 화석을 전시해 놓은 공룡체험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이 함께 와서 보면 좋아할 것 같다. 3 층에는 영상실이 있으나 정해진 상영 시간이 끝났다고 한다.

전시 내용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며 붙어 있는 설명까지 자세히 읽어보는 학구파 친구들 덕분에 거의 한 시간 정도 따뜻한 박물관 안에서 머무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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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태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건물에서 나오니 앞에는 농경유물박물관이 보인다. 전통 초가집 안에 황소 모형과 농기구들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농경 관련 유물들이 모여 있다. 초가집을 지나면 전에 와 보았던 무릉도원 수목원이  나오는데 여름에 주상절리 모양의 바위를 흘러내리던 인공폭포의 물은 오늘은 물론 흐르지 않고 바위 아래의 연못은 꽁꽁 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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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도록 쨍하게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무릉도원수목원을 좀 더 걸어가니 눈앞에 수억 년 전에 형성되었다는 거대한 나무화석이 길게 누워 있다.

이제는 돌이 된 나무의 나이테도 볼 수 있으니 신기하기만 하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 나무화석은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둘러보니 이 공원에는 나무 화석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것 같고 주변 경치도 좋지만 오늘은 날씨가 너무 추워서 여유 있게 돌아볼 수가 없다. 게다가 세찬 강풍이 두 뺨을 아프게 때려서 옷을 좀 얇게 입고 온 한 친구는 추위를 못 견디겠는지 식당이 어디 있느냐고 빨리 식당으로 가자고 재촉한다. 온실에 간다고 해서 두꺼운 옷을 입고 오지 않았다나.

다행히 공원에서 역으로 가는 큰길가에 동태탕과 코다리조림을 한다는 식당 간판이 보여서 얼른 그리로 들어간다. 푸짐하고 얼큰한 시래기코다리조림과 동태탕이 언 몸을 녹여준다. 식당에서 나와서는 길 건너편에 아주 가까이 카페 하나가 보여 바람에 떠밀려 가듯이 또 얼른 들어가서 추위를 피하며 오늘의 일정을 마친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 앉아서 그제야 열어 본 휴대폰에는 “강풍주의”하라는 안전문자가 떠 있다. 이런 강추위에 엄마들이 외출했다고 아이들한테 또 걱정 섞인 잔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지하철과 생태박물관 안에서만 시간을 많이 보냈어도 7000 걸음은 걸은 것 같다.

이 추위에 도대체 어떤 친구들이 목은산에 갔을까? 하고  집에 앉아 궁금해하면서 단톡방에 올라올 사진을 기다리던 어떤 친구들은 오늘은 식물원에 갔다면서 사진에는 왜 열대식물이 안 보이나? 했단다.


2025년 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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