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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스 Apr 04. 2022

한순간만이라도

집 근처 산책로


난 어릴적 꽃이 싫었다.

정확히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계절, 시간이 되어서 꽃이 피어나면

사람들이 그렇게 사진을 찍어대고

까르르 웃고, 몽글몽글한 말들을

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은 너무 오랜시간 기다리고 애쓰는데

너무 짧은 순간 피어있고,

영원? 아니, 그다지 길지도 않은 생명으로

반짝 빛나고 아름다운게 슬펐다.


그런데 올해 들어 꽃이 참 예쁘다.

심지어 앞서 말한 부정과 슬픔 가득한 내가

겨울 끝자락부터 꽃을 쫓아다녔다.


동백으로부터, 매화, 산수유, 목련, 개나리, 벚꽃..


호르몬 분비가 달라질 나이는 아직 한참 멀었음에도

꽃이 예뻐진데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이유 역시 심플하다.

짧은 인생 한걸음 한걸음 살아가다보니

한순간만이라도

아름다운게  힘든거구나를 느껴서이다.


꽃과 같이 나 스스로에게 또 누군가에게

예쁘고 아름다운 한 순간이라도 있다는게

너무 쉽지 않음을 느껴서이다.


마치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중

연탄재를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

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으냐” 의 감성을

꽃을 보며 느꼈다고 할까..?


오늘도 출근길 꽃을 보며 생각한다.

“나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아름다운 사람이었는지”

출근길 기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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