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어느 평일 낮, <인사동코트>에서 기록한 짧은 일상 풍경
아침 햇살에 잠을 깬다. 아직은 뻑뻑한 눈을 감은 채, 머리맡 위에 놓인 핸드폰을 더듬거려 짚어 든다.
'아침 8시 23분'
오늘도 이 시간이다. 알람을 맞춰놓은 것은 8시 30분이지만, 요며칠은 늘 그 전에 눈이 떠진다. 눈을 뜨자마자 일어나는 것은 뭔가 아까운 기분이다. 침대 위에 그대로 누워 한동안 새로 올라온 뉴스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글들을 30여분 정도 가볍게 훑어본다. 옆에서는 아내가 세상모르게 자고 있다. 그녀가 잠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침대에서 내려온다. 일어나서는 보통 제일 먼저 양치질을 한다.
"그거 아니? 밤 사이에 좋지 않은 박테리아가 입 안에서 얼마나 많이 번식하는지? 그래서 꼭 일어나자마자 양치질을 해줘야 해. 그리고 꼭 물을 한 잔 마셔라. 그게 건강에 정말 좋단다."
어머님의 말씀이다. 그때는 그 말을 특별하게 염두에 두진 않았지만,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게 일어나면 그 말씀 그대로 가볍게 양치질을 마치고 비누칠을 하지 않은 물세수를 한 뒤 물 한 잔을 마신다. 물은 꼭 미지근한 물이야 한다. 빈속에 차가운 물을 마시면 위에 좋지 않다.
정시출근이라는 개념이 없이 산지 오래지만, 요즘은 종로 인사동길 초입 쪽에 위치한 <인사동코트>라는 공간에 자주 간다. 집인 안양시 평촌 쪽에서 그곳까지는 지하철로 약 1시간 거리이다.
지하철 안에서는 거의 핸드폰으로 아침에 보다만 뉴스나 커뮤니티 글들을 마저 읽는다. 오늘도 대한민국은 참 정신없이 돌아간다. 몇 년 전 광고의 슬로건이기도 했던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말처럼 여기을 잘 설명하는 단어가 있을까?
"다음 역은 종각, 종각역입니다. 내리실 곳은 왼쪽, 왼쪽입니다."
한참 핸드폰에 빠져 있다가 안내방송에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도착지인 '종각역'이다. 한 번에 온 것도 아니고 중간에 분명히 환승까지 했는데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없다. 이럴 때면 간혹 내 육체가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는 '탈 것(Vehicle)' 이 된 기분이다.
종각역 11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걸으면 인사동길이 나온다.
그 앞에 늘어선 포장마차 같은 작은 팝업 공예 가게들 속을 통과해 지나가면, 그 왼쪽 옆 쪽으로 현재 내 서울 작업실로 쓰고 있는 <인사동코트>라는 대안공간 건물이 빼꼼이 보인다.
양 옆으로 선 큰 건물들 사이에 있어 사실 그렇게 눈에 띄는 건물은 아니다. 건물 옆에 KOTE라는 검은색 시안이 나와있기는 하지만, 말해줘도 찾기 어려울 만큼 티가 나지 않는다. 차라리 1층에서 가장 잘 보이는 FILA 건물이라고 하는 것이 더 찾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FILA 입구 아직 간판도 달려있지 않은 좁은 입구로 들어가 계단을 오르면, 'Book&Press"라는 탁 트인 멋진 공간이 나온다.
옛날 비디오테이프로 오해할 만한 알록달록 화려한 오래된 영문 책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책장이 꽤나 인상적인 곳. 오래전 활판공방에서 가져온 오래된 금속활자들과 프레스 기계, 옛날 포스터들과 가구들, 잉크를 직접 발라 책을 찍어낸 활판 기계들이 곳곳에 놓여 있어 인사동과는 결이 다른 엔틱 한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다.
이곳을 거쳐 좀 더 안쪽으로 들어오면, '코트랩'이라는 예술가들의 아지트 공간이 나온다.
바로 옆인데 여기는 옆의 'Book&Press'와는 또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졌다. 얼핏 보면 아직 인테리어 공사가 다 끝나지 않은 건물에 대강 테이블과 의자를 대강 툭툭 놓아둔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론 가공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들어서 좋아한다.
그리고 그 왼쪽 옆에 내 자리가 있다. 바로 앞 큰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밝은 햇살을 맞으면서 코트의 정원이 한눈에 보인다. 이곳의 마스코트인 오래된 오동나무도 볼 수 있다.
빈 의자를 가져와 가방을 놓아두고 무겁게 가지고 온 아이패드와 노트북, 여러 메모들을 테이블 위에 꺼내놓는다. 그리고 노트북을 펴고 내 '브런치'로 들어와 지금 이렇게 글을 적고 있다. 30분이면 끝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1시간이 넘어간다.
글을 쓸 때마다 생각한다.
왜 글쓰기는 이렇게 어려울까?
그래, 이것도 자주 하다 보면 좀 쉬워지겠지. 그래도 이제 거의 다 써 가는 것 같다. 이만 맞춤법 검사만 하고 마무리를 하자. 검사를 해보니 생각보다 조금만 틀렸다. 좋아. 오늘의 글은 이만하면 됐다.
음... 이제 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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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7일 낮,
인사동 <인사동코트>에서